기업들이 AI 파일럿을 실제 운영 환경으로 옮기는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발목을 잡히는 지점이 데이터 관리로 확인됐다. 에버퓨어(구 퓨어스토리지)와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 '기업 데이터 준비도 격차 분석(Exploring the enterprise data readiness gap)'에 따르면, 조사 대상 조직의 97%가 AI 파일럿의 운영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이 가운데 62%는 그 장애 수준을 중간 이상 또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IT 리더의 68%는 데이터 관리를 AI 운영 전환의 가장 큰 과제로 꼽아, AI 도입 속도와 데이터 준비 수준 사이의 격차가 섹터 전반의 공통 현상임을 보여준다.
수집만 하고 방치되는 데이터
보고서가 지목한 핵심 원인은 '다크 데이터'다. 수집은 했지만 재사용되지 않는 이 데이터는 응답 조직의 99%에서 발견됐으며, 51~75%의 조직에서는 전체 기업 데이터의 37%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3%는 스토리지 사일로와 데이터의 무분별한 분산·증가를 AI 활용의 주요 장벽으로 지목했고, IT 리더의 76%는 다크 데이터를 중대한 비즈니스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위험은 알지만 가시성은 없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식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다. 조직의 58%는 데이터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가시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위험성은 알지만 실제 데이터가 어디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75%는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 도출이 AI 활용에 중요하다고 응답해, 데이터를 다루는 역량과 그 활용 목표 사이에도 온도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가치와 위험, 두 축으로 나눠 관리하라
에버퓨어와 옴디아는 대안으로 기업 데이터를 비즈니스 가치와 위험이라는 두 축으로 구분해 차등 관리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AI에 데이터를 투입하기 전, 중복·노후·불필요한 데이터인 ROT(Redundant, Obsolete and Trivial) 데이터를 정리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인호 에버퓨어코리아 지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데이터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만 높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어떤 데이터셋에 대해서도 '어디에 있는가', '누가 사용하고 있는가',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시 굽타 에버퓨어 데이터 관리 부문 총괄은 “기업은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AI를 구축할 수 없다”며 “더 나은 AI를 위한 해법은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성이 높고 풍부한 맥락을 갖춘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AI 도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데이터 관리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조직일수록 운영 전환 단계에서 병목을 겪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데이터양을 늘리는 것보다 이미 쌓인 데이터의 신뢰도와 맥락을 정비하는 작업이 AI 활용의 실질적 전제조건으로 자리잡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