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산업의 4분기 전망은 품목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무역협회 회원사 20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한 2026년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11.3으로 전분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했다. 조사에는 2000곳 중 1011개사가 응답했으며, 이번 지수 상승으로 EBSI는 2025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기준선 100을 넘어섰다.

전체 지수 추이를 보면 2025년 4분기 101.4에서 2026년 1분기 115.8로 뛰었다가 2분기 106.6, 3분기 107.0으로 낮아진 뒤 다시 4분기 111.3으로 올라선 흐름이다. 하지만 조사 대상 15개 품목 중 개선이 예상되는 품목은 7개에 그치고 8개 품목은 여전히 기준선 아래에 머물러 있어, 지수 상승이 모든 업종에 균등하게 온기를 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반도체·선박·통신기기가 이끄는 상승세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은 IT·고부가가치 품목이다. 반도체 EBSI는 140.7로 15개 품목 중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도체는 2025년 4분기 145.8에서 2026년 1분기 187.6, 2분기 191.4까지 치솟았다가 3분기 142.6으로 낮아진 뒤 4분기 140.7로 완만해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강세의 배경에는 서버용 D램 수요와 가격 상승이 있다. 서버용 D램 수요는 1분기 3747백만GB에서 4분기 4090백만GB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가격은 GB당 7.26달러에서 12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138.0), 무선통신기기·부품(134.3)도 100을 크게 웃돌며 반도체와 함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이 외에 의료·정밀·광학기기(114.4), 기계류(112.6)도 개선 전망이 우세한 품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내수형·저부가 품목은 여전히 부진
반대편에는 생활용품, 섬유·의복제품, 농수산물이 있다. 생활용품 EBSI는 79.0으로 15개 품목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96.6에서 1분기 110.4로 반등했다가 2분기 65.8로 급락하고 3분기 96.7로 회복한 뒤 4분기 다시 79.0으로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였다. 특히 생활용품은 수입규제·통상마찰 항목에서 56.8을 기록해 다른 부담 요인보다 두드러졌다.
섬유·의복제품 EBSI는 80.1로 국제물류(66.6)와 수출채산성(68.8) 세부 지표가 특히 낮았고, 원재료 가격 상승 애로 응답률도 24.0%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농수산물(86.5), 철강·비철금속제품(87.7), 화학공업(92.5), 자동차·자동차부품(93.9) 역시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수요는 늘지만 비용 부담이 발목
세부 항목별 지표를 보면 수요와 관련된 지표는 대체로 양호한 반면 비용과 관련된 지표는 악화되는 대조가 뚜렷하다. 수출상담·계약(109.5), 설비가동률(106.2), 자금사정(101.9), 수출대상국 경기(101.7)는 모두 기준선을 넘었다. 반면 수출채산성은 3분기 105.6에서 4분기 98.6으로, 수출단가는 107.3에서 98.0으로, 원부자재 수급·조달은 111.4에서 95.6으로 15.8포인트나 떨어졌고 국제물류도 105.3에서 91.6으로 하락했다.

기업들이 복수응답으로 꼽은 애로요인 1위는 원재료 가격 상승(20.4%)이었고,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16.5%, 전분기 대비 2.6%포인트 상승), 물류비용 상승(15.2%)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원·달러 월평균 환율은 2월 1449원에서 4월 1487원, 6월 1527원으로 오르다가 8월 1406원으로 내려앉는 등 큰 폭으로 흔들렸고,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7월 24일 3062에서 9월 18일 3688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수출상담과 계약이 늘어난다는 기대와 수출채산성·단가가 나빠진다는 우려가 같은 조사 안에 공존하는 셈이다. 반도체·선박·통신기기가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동안 생활용품·섬유의복 등 내수형 품목은 원재료비와 물류비 부담에 눌려 있고, IT 품목조차 수출액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수출 경기의 두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