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AI, 반도체 정밀가공은 겹치는 구간이 거의 없는 산업이다. 그런데 이 세 산업의 기업들이 같은 시기에 코스닥 상장이라는 같은 관문 앞에 서 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9월 3일 포트폴리오 기업인 라이드플럭스, 셀렉트스타, 영광YKMC가 상장예비심사와 기술성평가를 진행하며 IPO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산업이 아니라 투자 시점과 절차다. 라이드플럭스와 영광YKMC는 2020년 초기 투자로 관계를 맺었고, 셀렉트스타는 2025년 시리즈B로 합류했다. 서로 다른 시기에 들어온 기업들이 결국 같은 코스닥 문 앞에서 만난 셈이다.
자율주행이 먼저 도착한 경로
제주에 본사를 둔 라이드플럭스는 지난 8월 14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앞서 5월에는 두 곳 모두에서 기술성평가 A등급을 받았고,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라이드플럭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인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허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유상 자율주행 화물운송 허가까지 취득해 사업 범위를 실제 운송 서비스로 넓혔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기술 검증 못지않게 실제 운행 허가와 상용화 트랙레코드가 상장 심사에서 무게를 갖는다는 점을 라이드플럭스의 사례가 보여준다. SBI인베스트먼트는 2020년 첫 투자 이후 총 두 번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라이드플럭스와 함께해왔다.
AI 데이터 신뢰성과 정밀가공, 뒤따르는 두 갈래
셀렉트스타는 지난 7월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AI 데이터 및 신뢰성 검증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온 셀렉트스타는 2025년 시리즈B에 SBI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며 후속 투자로 연결된 케이스다. 같은 달 충남에 본사를 둔 영광YKMC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정밀가공 기술로 성장해온 영광YKMC는 2020년 시리즈A부터 SBI인베스트먼트와 함께했다.
세 기업이 거치는 절차는 기술성평가와 상장예비심사로 같지만, 산업별로 진입 시점은 다르다. 자율주행이 먼저 심사청구 단계에 도달했고, AI와 반도체 분야는 기술성평가 통과와 심사청구가 뒤이어 붙는 흐름이다. SBI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라이드플럭스와 셀렉트스타, 영광YKMC는 각 산업에서 독자적인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로 초기 또는 성장 단계부터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투자 회수 구조가 만든 동시 진입
세 기업이 같은 시기에 상장 절차로 몰린 배경에는 SBI인베스트먼트가 밝힌 투자 전략이 있다. 관계자는 “여러 포트폴리오 기업이 IPO 단계에 들어선 것은 유망 기업 발굴과 후속 투자, 상장, 회수로 이어지는 투자 전략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발굴, 성장 단계 후속 투자, 상장, 회수라는 순서가 산업과 무관하게 반복되면서 서로 다른 세 산업이 같은 관문에서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SBI인베스트먼트는 1986년 설립돼 1987년 11월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을 결성했고, 1989년 벤처투자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이력을 가진 곳이다. 현재 27개 펀드, 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누적 투자 기업은 1,000개 이상, 이 중 IPO를 배출한 기업은 220개 이상이다. 관계자는 “피투자 기업의 상장 자체보다 산업의 변화를 이끌 기업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며 “성장 단계에 맞는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함께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산업의 기업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심사 절차를 밟는 이 흐름은 개별 기업의 성과이면서도, 초기 발굴부터 회수까지를 하나의 구조로 설계해온 투자 전략이 여러 산업에서 동시에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