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경쟁 축이 이동 능력에서 정교한 물체 조작으로 옮겨가고 있다. 두 발로 걷고 균형을 잡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물체를 손으로 안정적으로 쥐고 다루는 조작 능력은 여전히 로봇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다. 이 흐름 속에서 원익로보틱스가 5지·20자유도 로봇핸드 신제품 'Allegro Hand V6 F'를 출시했다.

센싱 기술이 조작 경쟁의 핵심으로
로봇이 다양한 물체를 안정적으로 파지하려면 접촉을 감지하는 센싱 기술과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V6 F는 기존 4지 중심이던 Allegro Hand 제품군을 5지 구조로 확장하면서, 손끝과 관절, 손바닥까지 압력 센서를 배치한 Full-Hand Sensing을 적용해 접촉 위치와 시점, 압력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한다. 전류·위치 제어와 강성 제어를 선택적으로 조합해 상황별로 다른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Modbus 통신과 마찰·온도 보상 알고리즘도 함께 적용됐다. 크기는 전작보다 20% 이상 축소됐다.
김민철 원익로보틱스 로봇핸드 본부장 전무는 “로봇이 다양한 물체를 안정적으로 파지하고 조작하기 위해서는 물체와의 접촉을 감지하는 센싱 기술과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V6 F는 주요 접촉 영역의 압력 센싱과 정밀 제어, 시스템 연동성을 기반으로 연구개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 자동화까지 다양한 로봇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양산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투자
이번 신제품 출시는 개별 제품 발표에 머무르지 않고 대규모 투자 계획과 맞물려 있다. 원익로보틱스는 전북 완주에 로봇핸드 생산공장과 AX센터를 구축할 계획으로, 총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조달한다. 이 중 1,500억원은 국민성장펀드 첨단전략산업기금에서, 나머지 2,000억원은 민간 투자자 자금으로 채워진다. 이 투자를 통해 양산 체계와 부품 내재화, 데이터 팩토리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제품군 확장 계획도 이미 예고돼 있다. 원익로보틱스는 비전 기반 촉각센서를 적용한 'Allegro Hand V6 V'를 후속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Allegro Hand 생태계에는 이미 180곳 이상의 연구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 저변이 신제품과 후속 라인업 확산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핸드를 둘러싼 이러한 움직임은 휴머노이드 경쟁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동성 경쟁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른 지금, 물체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루느냐가 다음 단계의 격차를 가를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