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 전환의 경쟁 기준이 모델 성능 비교에서 전사적 운영 체계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 AI 활용이 개인 생산성 도구를 넘어 기업의 데이터·시스템·업무 프로세스에 직접 연결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입하면서, AI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IBM은 2026년 9월 1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IBM AI 서밋 코리아 2026’을 열고 이런 흐름을 축으로 한 기업 AI 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잠재력과 체감 성과 사이의 간극
IBM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4%가 2030년까지 AI를 전사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며, AI는 같은 기간까지 생산성을 42% 이상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의 80%는 AI가 미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조사 대상 기업의 70%는 AI로 얻은 생산성 향상 효과를 신규 혁신과 성장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AI 가치 창출 경로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잠재력에 대한 기대와 실제 조직이 체감하는 성과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수정 한국IBM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AI 전구는 이미 켜졌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를 기업의 조립 라인에 연결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은 더 뛰어난 모델을 가진 기업이 아니다”라고 짚으며, 경쟁의 초점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조직 안에 녹여내는 방식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운영 모델로 진화하는 AI

닐 순다레산 IBM 오토메이션 & AI 총괄 사장은 “AI는 더 이상 생산성을 높이는 보조 도구가 아니라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운영 모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성공적인 기업은 AI를 얼마나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느냐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도입 속도 경쟁에서 운영 완성도 경쟁으로 흐름이 넘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IBM은 AI 퍼스트 엔터프라이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양자 컴퓨팅을 기업 AI 전환의 3대 축으로 제시했다. 레드햇 오픈시프트와 하시코프 기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위에서 IBM 밥(Bob), IBM 콘서트, 왓슨x 등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AI 에이전트가 기업 데이터에 접근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거버넌스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IBM 스스로도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전사에 활용해 45억 달러 규모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양자 컴퓨팅, 대체가 아닌 보완

이지은 한국IBM CTO와 백한희 IBM 퀀텀 알고리즘 센터 디렉터는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팅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보완하는 기술로서 산업 적용 준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퀀텀 센트릭 슈퍼컴퓨팅 개념을 통해 기존 슈퍼컴퓨팅 자원과 양자 컴퓨팅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논의됐으며, 반도체·배터리·바이오·금융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의 적용 가능성이 다뤄졌다.
국내 기업의 AX 실천 사례
행사에서는 KB증권, SK텔레콤, 삼성생명 등 국내 기업의 실제 AI 전환(AX) 사례가 공유됐다. 이들 기업의 사례는 앞서 제시된 운영 체계 중심의 AI 전환 방향이 국내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트랙별로는 Data & AI, Automation·Hybrid Cloud, 산업별 비즈니스 세션이 진행됐으며 전시 부스도 함께 운영됐다.
기업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선택에서 운영 설계로 옮겨가는 흐름은 이번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94%의 기업이 전사적 AI 적용을 계획하면서도 실제 가치 창출 경로를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20%에 그치는 현실은, 앞으로 시장의 경쟁력이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라 그 기술을 신뢰 가능하고 확장 가능하게 운영하는 체계에서 갈릴 것이라는 진단에 무게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