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업계의 AI 활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미지·문구 생성 같은 단순 작업에 머물던 AI 도입이 시장조사, 콘텐츠 분석, 재고 관리 등 반복 업무 자동화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범용 AI 서비스를 그대로 들여와도 기업마다 데이터 구조와 판단 기준, 필요한 결과물 형태가 달라 현업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문제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가 카카오벤처스와 글로벌 K뷰티 스타트업 6펜스가 지난 8월 진행한 ‘뷰티 빌드 스프린트(Beauty Build Sprint)’다. 뷰티 실무자 약 30명이 참가해 자신의 업무 병목을 직접 AI 도구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40분의 AI 기본 개념 학습과 240분의 솔루션 제작 과정으로 구성됐다.
프롬프트에서 업무 재설계로
이 프로그램이 주목하는 지점은 프롬프트 활용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튜터와의 일대일 멘토링을 통해 자신의 업무에서 어떤 데이터를 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결과물을 어떤 형태로 낼지를 먼저 정한 뒤 AI 도구로 구현하는 순서를 밟았다. 즉 입력·판단·출력·검증이라는 업무 구조 전체를 다시 짜는 작업이 핵심이었다.

멘토링은 헤메코랩, 스킨1004, 믹순 등 뷰티 브랜드 실무자와 애딧앤아크코퍼레이션, 바이버스 같은 AI·데이터 기업이 함께 맡았다. 애딧앤아크코퍼레이션의 애딧(Adit), 애딧 렌즈(Adit Lens)와 바이버스의 브랜드 디깅 클럽 등이 참가자들의 도구 제작을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사가 잇는 산업 간 연결
이번 프로그램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기업들을 서로 연결하는 ‘크로스 밸류애드’ 방식의 사례로도 읽힌다. 여러 산업에 투자해온 투자사가 뷰티 브랜드와 AI·데이터 기업을 한 프로그램 안에 묶어, 실무자가 필요한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도록 지원한 것이다.
안혜원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은 “뷰티 산업은 AI 도입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영역”이라며 “패밀리에게 필요한 AI·AX 역량을 빠르게 연결하는 것은 여러 산업에 투자해온 카카오벤처스가 제공할 수 있는 크로스 밸류애드인 만큼, 앞으로도 필요한 역량과 네트워크를 가장 먼저 연결하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6펜스는 소셜셀링과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통해 구매 전환 데이터를 확보해온 글로벌 K뷰티 스타트업이다. 6펜스는 지난 8월 카카오벤처스 주도로 아모레퍼시픽과 K2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2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번 스프린트는 그 투자 유치 시점에 맞춰 진행됐다. 미민지, 최형빈, 신재인 등이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뷰티 업계에서 AI가 이미지나 문구 생성 수준을 넘어 실무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는 도구로 자리잡는 흐름은, 산업 전반의 AI 도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