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상담이나 명상 대신 손끝의 촉감과 귀에 닿는 소리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말랑이·왁뿌볼 같은 피젯토이를 만지거나 ASMR·자연음·백색소음을 들으며 주의를 감각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젊은 이용자들이 짧게 마음을 환기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이다. 넛지헬스케어가 운영하는 트로스트가 2026년 8월 이런 흐름과 자사 사운드테라피 이용 데이터를 함께 공개했다.
피젯토이, 완구를 넘어 수집품으로
피젯토이는 더 이상 어린이용 장난감에 머물지 않는다. 말랑이, 왁뿌볼, 키캡 등은 이제 수집하고 꾸미는 소품으로 소비되며, 촉각과 청각을 결합한 숏폼 콘텐츠가 구매를 유도하면서 촉각완구와 ASMR 사이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플랫폼 거래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그재그에서는 2026년 5월 말랑이 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었고, 에이블리 상반기 말랑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4% 증가했다.

오프라인 상권까지 번진 감각 소비
이 흐름은 온라인 거래를 넘어 오프라인 상권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1동, 이른바 '말랑이 거리'의 문구·회화용품 소매업 월평균 매출은 2025년 11월 835만원에서 2026년 2월 1124만원으로 약 34% 늘었다. 온라인 플랫폼의 거래 증가와 오프라인 상권 매출 상승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서, 감각형 소비가 특정 채널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청각 콘텐츠 소비, 사운드테라피로 확장
촉각뿐 아니라 청각 자극도 같은 축의 소비로 묶인다. 트로스트는 ASMR·명상·수면 콘텐츠를 결합한 사운드테라피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비스 출시 이후 2026년 7월까지 누적 재생 수가 1억7900만회에 달한다. ASMR의 정서·생리 반응에 대한 연구는 2018년 발표된 바 있어, 청각 자극을 활용한 스트레스 해소가 최근 갑자기 등장한 방식은 아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촉각·청각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면 복잡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환기하는 일상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불안이나 우울감, 수면 문제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감각 콘텐츠에만 의존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각 자극의 효과는 개인차가 있고, 의료적 치료효과로 일반화하기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점도 함께 짚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이번 흐름이 보여주는 것은 짧고 즉각적인 감각 경험이 소비와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며, 동시에 그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