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던지는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무엇을 살까’ 대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묻는 흐름이 커지면서, 검색과 추천, 결제까지 AI 에이전트가 대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리테일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0%가 쇼핑 과정에서 AI 기반 검색을 사용하고 있으며, 주요 상품 정보원으로 AI를 꼽은 비율은 44%로 검색엔진(31%)을 앞질렀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AI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가 2026년 전체 소매 거래의 약 1%를 차지할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5년 안에 이 비중이 10~2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애피어(Appier)는 8월 26일 리테일·커머스 브랜드가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듀얼 마케팅’ 전략을 발표했다. AI 에이전트가 구매 여정 곳곳에 개입하면서 브랜드가 고객 데이터와 리마케팅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접근이다.
사람과 AI,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해야 하는 마케팅
듀얼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와 AI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 사람에게는 브랜드 스토리와 경험을 전달하고, AI 에이전트에게는 구조화된 상품 데이터를 제공해 탐색·비교·추천 단계에서 정확히 인식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마케팅의 중심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관심 경제’에서, 문제 해결 의도를 파악해 대응하는 ‘의도 경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통합이 마케터의 새 과제로
이런 변화 속에서 리테일 마케터들은 대규모 개인화, 재구매·LTV(고객생애가치) 향상, 온·오프라인 데이터 통합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소비자와 AI 에이전트가 온·오프라인 채널을 넘나들며 상품을 탐색하는 ‘하이브리드 고객 여정’이 일반화되면서, 채널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내는 역량이 마케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애피어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aaS(Agentic AI as a Service) 플랫폼을 통해 CDP(고객 데이터 플랫폼)와 마케팅 자동화, 대화형 AI를 공통 데이터 계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여기에 ‘데이터 퀄리티 부스터(Data Quality Booster)’를 더해 데이터 불일치와 AI 환각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기업이 에이전틱 AI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려면 실시간 학습, 기억, 실행이라는 세 가지 역량이 핵심이라는 게 이번 전략이 전제로 삼는 지점이다.
AI가 상품 정보의 관문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브랜드가 자사 데이터를 얼마나 구조적으로 관리하고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시장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