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과 바이오연구, 첨단소재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연구 현장의 무게중심이 ‘가설 생성’에서 ‘가설 검증’으로 옮겨가고 있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연구 가설을 제시하는 속도는 이미 빨라졌지만, 이를 실제 실험으로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쌓는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간극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으로 지목된다. 이 간극을 좁히려는 흐름 속에서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은 지난 25일 서울에 자사 최초의 ‘AI-Automation Innovation Center’를 열었다.

가설-실험-데이터-의사결정을 잇는 순환 구조
연 매출 450억달러 이상 규모의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은 26일 이 센터의 지향점을 자율형 실험실로 제시했다. 자율형 실험실은 AI가 제시한 연구 가설을 실제 실험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축적해 다음 의사결정에 다시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뜻한다. 센터는 유세포분석, 유전자분석, 크로마토그래피 등 기존 분석 기술에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샘플 준비부터 실험 수행, 결과 분석, 데이터 활용까지 이어지는 연구 워크플로우 전체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석수진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한국 및 대만 대표는 “AI가 과학 연구의 가능성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진정한 혁신은 이를 실제 실험으로 검증하고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축적해 다음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때 만들어진다”며 “센터의 목표는 실험실 자동화를 기반으로 고객이 연구 과정에서 더 빠르게 배우고 다음 발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이 아닌 공동 설계 플랫폼
이 센터는 완성된 기술을 진열하는 전시 공간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연구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복적인 실험 업무를 자동화가 대신 맡으면서, 연구자는 데이터 해석과 과학적 판단 같은 사람의 역할이 필요한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는 신약개발, 바이오연구, 첨단소재 등 여러 연구 분야에서 AI 활용이 넓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석 대표는 “연구자와 기업, 연구기관, 기술 파트너와 협력해 자율형 실험실과 AI 기반 연구환경의 가능성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고 연구 성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실험실 자동화와 AI를 결합해 연구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이번 센터를 계기로 국내 연구 현장에서 어떻게 확산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