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를 뒷받침하던 단일 대형 모델·특정 가속기 의존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작업 성격에 맞춰 여러 반도체와 컴퓨팅 자원을 조합하는 이기종 컴퓨팅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면서, 특정 하드웨어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소버린 AI 공급망 구축이 각국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영국 이기종 AI 컴퓨팅 스타트업 칼로섬이 손을 잡았다. 양사는 NPU 기반 공동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영국 정부 지원 AI 연구 클러스터에 100대 이상의 NPU 기반 컴퓨팅 랙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칼로섬의 이기종 AI 컴퓨팅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에 리벨리온의 NPU와 서버·랙 단위 제품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정책 자본이 잇는 한·영 협력
이번 협력은 양국 정책 자본이 투자한 기업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리벨리온은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 기업이고, 칼로섬은 영국 소버린 AI 펀드의 첫 지분 투자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칼로섬은 최근 1억달러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가 단위 AI 인프라 자립을 위한 자본이 국경을 넘어 기술 협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AI 인프라가 단일 하드웨어에서 다양한 컴퓨팅 자원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칼로섬과의 파트너십은 리벨리온의 소버린 AI 시장 진입에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성능과 효율,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춘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생태계 확장을 향한 다음 단계
다니얼 아카르카 칼로섬 대표는 “AI의 경쟁력은 개별 칩보다 특화된 여러 시스템의 연합에서 나온다”며 “리벨리온의 NPU는 칼로섬의 이기종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에서 다양한 추론 작업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핵심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벨리온은 이번 협력으로 칼로섬의 글로벌 이기종 컴퓨팅 생태계에 아시아 대표 파트너로 합류하게 됐다.
양사는 영국을 시작점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소버린 AI 시장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단일 가속기에 의존하던 AI 인프라 구조가 작업별 최적 조합을 찾는 방식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정책 자본이 뒷받침하는 국가 간 이기종 컴퓨팅 협력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