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토큰을 활용한 국경 간 결제 실험이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주도한 프로젝트 아고라와 프로젝트 한강이 다통화 정산 가능성을 검증하는 사이, 민간 영역에서는 국내 예금 토큰 인프라를 글로벌 상용 결제망에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수호아이오와 파티오르가 체결한 전략적 업무협약이 그 사례다.
코레스은행 구조를 넘어서려는 시도
국경 간 결제는 통상 코레스은행을 거치는 다단계 정산 구조를 통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처리 시간이 지연되고 수수료나 거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수호아이오는 개방형 거래 네트워크 이지스(Ezys)를 파티오르의 예금 토큰 네트워크와 연동해 이 구조를 우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지스가 거래 경로를 탐색하고 파티오르가 최종 정산을 담당하는 역할 분리를 통해 USD·SGD·EUR 기반 결제를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상용화된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접속
파티오르는 2023년부터 상용 거래를 시작한 네트워크로, DBS은행·JP모건·스탠다드차타드·테마섹 등이 참여해왔고 2024년에는 도이체방크가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파티오르는 약 80만스위스프랑 규모의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며 28개 기관, 17개 거래 시나리오를 검증한 이력이 있다. 2025년 9월에는 도이체방크와 DBS가 유로화 기반 국경 간 거래를 수행하기도 했다. 파티오르 험프리 발렌브레더 대표는 "수호아이오의 플랫폼을 이미 상용 거래를 처리하는 파티오르 네트워크와 연결해 국내 금융기관이 현재 운영 중인 글로벌 인프라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공 실증과 민간 협력의 교차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프로젝트 아고라 프로토타입을 검증했고, 7월에는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실거래 테스트에 참여했다. 이번 수호아이오-파티오르 협약은 이런 공공 주도 실증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민간 협력 사례지만, 예금 토큰을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한다는 방향성은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주목해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수호아이오는 이 연동을 기반으로 다음 달 수호 파트너허브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며, 125개국·25개 통화를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는 "국내 시중은행과 함께 엄격한 규제 준수 환경에서 예금 토큰을 빠르고 안전하게 청산·정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파이프라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단계는 업무협약 체결로, 실제 적용 범위와 일정은 추후 구체화될 예정이다. 다만 공공 실증과 민간 인프라 연동이 시차를 두고 맞물리는 모습은 예금 토큰과 토큰화 지급준비금이 국경 간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아가는 산업 전반의 궤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