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리스·장기렌트 시장은 2018년 85만 대에서 2024년 125만 대로 몸집을 키웠다. 개인 고객이 차를 구매하는 대신 리스나 렌트로 소비하는 방식을 택하는 흐름이 늘면서, 시장을 떠받치던 기존 유통구조의 가격 불투명성과 신뢰 문제가 함께 부각되고 있다. 이 지점을 파고든 곳이 2024년 5월 핀다에서 분사한 차즘(Chazm, 운영사 디자인앤프랙티스)이다.
차즘은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견적산출·심사 과정을 자동화해 16개 금융사의 견적을 한 번에 비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정상연 대표는 “생산 비용이 낮으면 낮을수록 고객에게 더 저렴하게 드릴 수 있어요. 우리 존재 이유가 고객의 차량 소비 습관을 바꾸는 건데, 습관이 바뀌려면 일단 싸고 질이 좋아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동화가 만든 성장 곡선
차즘은 2024년 6월 사업을 시작한 첫 달 거래액 4억 원, 매출 200만 원을 기록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월간 거래액은 500억 원에 육박하고 월 매출은 10억 원을 넘어섰다. 매출 기준으로는 2년 만에 5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정 대표는 이 성장의 배경을 자동화된 공정에서 찾는다. “사람 손으로 돌아가던 기존 공정에 설비를 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존 시장 대비 40배 높은 생산성을 얻었어요. 그만큼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중개 물량을 월 1,200대에서 연내 3,800대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체 인력 50명 중 26명이 속한 CX본부에 상담사 30명 안팎을 추가 채용해 연내 50명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당장 9월에도 약 30명 채용이 예정돼 있다.
가격 경쟁을 넘어선 신뢰 설계
정 대표는 차량 소비의 계기를 개인 생애 주기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차를 바꾸는 순간이 대체로 입사, 결혼, 출산할 때입니다. 혼자 탈 때는 준중형으로 충분한데, 아이를 태우려면 생각이 달라지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한테 유리한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즐거워해야 하는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은 매달 돈을 내니까요. 사고 나서도 꾸준히 만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판매 후 만족도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강조했다.
이런 관점은 조직문화로도 이어진다. 정 대표는 “사람은 굿까지는 열심히 하는데, 거기서 만족하고 그레이트로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라며 “스타트업에서는 굿에 만족하지 않고 그레이트를 향해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것이 조직을 병들게 한다고 느꼈어요. 소통을 좀 불편하게 해야 조직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소통 방식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도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조직은 목적을 위해 존재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판매 실적 대신 상담 품질을 재는 CX 조직
차즘은 CX 상담사를 ‘버디’로 부르며 CC팀, 제품팀, 사업팀과 함께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권해현 CX본부장은 “우리 버디들은 고객이 어떤 차를 구매해도 이해관계가 동일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무슨 차를 사든 고객을 대하는 퀄리티가 똑같아야 합니다. 어떤 고객이라도 동일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걸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더 높은 퀄리티로 할 수 있을까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원칙은 채용 기준에도 반영된다. 권 본부장은 “단기 영업 성과를 내는 프리랜서 같은 분을 찾기보다는, 고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조직의 방향과 미션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해줄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팀으로서 행동하고, 팀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리스·장기렌트 지식도, 차량 지식도 없어도 됩니다. 고객에 대한 집착과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이런 방향을 뒷받침한다. “리스·렌트는 생각도 안 했는데 차즘 덕분에 하게 됐어”, “차즘 없이는 차를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어”, “원하는 차량과 금융사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서 정말 편해”, “차즘 버디는 정말 친절하고 꼼꼼해서 내가 걱정할 게 없어. 내 부모님이 차를 살 때도 차즘 버디에게 맡길 거야” 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125만 대 규모로 커진 리스·렌트 시장에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상담 품질을 표준화하려는 시도는 차즘 한 곳만의 실험이 아니라, 가격 불투명성과 신뢰 문제라는 시장 공통의 과제에 대한 응답으로 읽힌다. 앞으로 이 시장에서 자동화된 공정과 사람 중심의 상담 조직이 어떻게 공존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