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AI 도입 속도가 데이터 인프라의 재편 속도를 앞지르면서, 클라우드 전략의 축이 다시 하이브리드로 이동하고 있다. 클라우데라가 웨이크필드 리서치에 의뢰해 미국·캐나다·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스페인·영국·싱가포르·인도·일본의 기업 아키텍트·클라우드 인프라 담당자·데이터 아키텍트 1500명을 대상으로 2026년 6월 5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설문에서 이런 흐름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는 ‘AI 아키텍처 대전환(The Great AI Re-Architecture)’ 보고서로 발표됐다.
AI는 쓰지만 인프라가 발목을 잡는다
응답자의 77%가 AI를 활용 중이라고 답했지만, 95%는 거버넌스·컴플라이언스·규제 문제로 AI 프로젝트를 지연하거나 취소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55%는 지난 12개월간 이런 이유로 6건 이상의 프로젝트가 막혔다고 답해, 문제가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임을 보여줬다. 향후 AI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데이터 아키텍처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응답도 72%에 달했다.
세르지오 가고 클라우데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데이터 분석을 위해 구축한 아키텍처는 현재 AI가 요구하는 확장성과 거버넌스, 유연성을 충족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온프레미스로, 다시 하이브리드로
비용 부담도 재편을 밀어붙이는 요인이다. 응답자의 84%가 AI 워크로드로 인프라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고, 지난 1년간 AI 워크로드를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프라이빗·온프레미스 환경으로 옮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6%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싱가포르·인도·일본 응답자 300명 기준)에서도 63%가 같은 이전 경험을 밝혔으며, 저장·운영 방식이 AI 도입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은 84%로 글로벌 평균(75%)보다 높았고, 구조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8%로 글로벌 평균(72%)보다 낮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향후 2년간 하이브리드 우선 아키텍처를 최우선 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응답은 25%였다. 세르지오 가고 CTO는 “통제와 보안을 유지하면서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AI를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이동은 일상, 거버넌스는 복잡해진다
데이터를 다른 환경으로 옮기는 일은 이미 일상적인 작업이 됐다. 응답자의 97%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데이터를 다른 환경으로 이동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73%는 AI 도입으로 데이터 거버넌스가 더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AI 도입에 따라 데이터 저장·아키텍처 운영 방식이 변화했다는 응답은 글로벌 기준 75%였다.
이번 조사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최승철 클라우데라코리아 지사장은 “규제 산업의 비중이 높고 데이터 주권 요구가 강한 국내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와 일관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며 “기업이 퍼블릭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엣지를 함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흐름은 AI 경쟁력을 가르는 지점이 어떤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데이터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프라이빗·온프레미스·엣지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체계로의 재편은 이번 조사 대상 아홉 개 시장을 관통하는 공통된 방향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