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지원사업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16년간 이어져 온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의 운영 방식과 예산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정책 현장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창사 전국 총동문회는 개편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성과 검토 없이 기존 사업을 일괄 폐지·통합하는 방식에는 우려를 표하며 9월 중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국회 세미나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중복 정비 취지와 방식에 대한 이견
류정원 청창사 전국 총동문회장은 “공식 문서로 통보받은 내용은 아직 없고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 들은 수준”이라며 “확정된 안이 공유되지 않은 채 이런저런 얘기만 전해 들리는 상황 자체가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지원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성장단계별로 체계를 정비하려는 취지에는 저희도 공감한다”면서도 “문제는 추진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기대효과를 충분히 검토해 유지·발전시킬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하기보다, 행정 편의에 따라 기존 사업을 일괄 폐지·통합하는 쪽으로 흐른다는 말이 들려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총동문회 측은 성과가 검증된 정책자산인 청창사를 계승·발전시켜 달라는 것이 요구이며, 브랜드만 남고 예산과 인력이 줄어 실질적으로 와해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학교형 모델과 16년간 쌓인 동문 네트워크
청창사는 2012년 2기 시절 세계 최초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힐세리온을 배출하는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온 프로그램이다. 이후 연간 배출 규모가 1,000명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초기 기술기반 취지는 다소 옅어졌지만, 1년 집중육성과 기수·동문 네트워크라는 학교형 모델의 결속력은 생태계 자산으로 이어졌다. 김윤정 청창사 대외협력 이사(엔티1 CFO)는 “초기에는 창업자와 운영기관 모두 경험이 부족해 함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 과정에서 기수 중심의 결속력이 형성됐다”며 “이후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이 후배들에게 경험과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멘토링이나 사업 협력·컨소시엄 구성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토스, 직방 등 성공사례로 꼽히는 유니콘·상장기업을 배출한 이력도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언급된다. 동문기업 네트워크는 투자로도 확장돼 약 40개사가 참여한 1호 펀드가 결성됐고, 현재 2호 펀드도 준비 중이다. 류 회장은 “초기에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 지원이 없었다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라며 “세계 최초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 제품을 제때 출시하지 못해 기업이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회고했다. 류 회장은 또 “청창사는 16년간 쌓인 하나의 브랜드”라며 “지원 기능과 예산이 유지되더라도 이름과 브랜드가 사라지면 그동안 쌓인 신뢰와 네트워크의 상징이 함께 무너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계승·발전을 향한 총동문회의 제안
총동문회는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류 회장은 “유지해야 할 핵심은 집중 육성과 동문 네트워크 모델입니다. 다만 졸업 이후 후속지원과 투자·글로벌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저희도 공감합니다. 이 부분은 개편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밝혀, 보완이 필요한 지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모두의 창업’ 체계 안에서라도 청창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형태로 존속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집중 육성과 동문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살리면서 청창사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총동문회는 권역별 회장단의 의견서와 서명을 취합해 국회 산자중기위에 전달할 계획이며, 9월 중 국회 세미나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류 회장은 “저희는 감정적으로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정책자산을 계승·발전시키자는 건설적인 제안을 드리는 것”이라며 “창업 생태계를 손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오랜 세월 청년 창업과 지역 창업의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더 잘 키우고 여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재편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 나느냐에 따라, 16년간 쌓인 학교형 모델과 동문 네트워크가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