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소비자의 구매 정보 탐색 경로에 자리 잡으면서, 식품업계 브랜드 경쟁이 매장 진열대와 광고를 넘어 챗GPT·제미나이 같은 AI 답변 안에서의 노출력이라는 새로운 축으로 옮겨가고 있다. 에이아이빅스랩이 지난 6일 F&B·프랜차이즈 30개 카테고리의 1차 측정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봉지라면·컵라면·비빔면 73개 제품을 대상으로 AI 브랜드 경쟁력지수 ‘AIBIX’를 측정한 결과가 이런 흐름을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냈다. AIBIX는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에 동일한 소비자 질문을 반복해 던진 뒤, 답변 속 브랜드 노출 빈도와 언급 점유율, 공식 출처 인용 현황을 100점 척도로 환산한 지표다.

기존 4개사 쏠림, AI 답변에서도 재현
측정 결과 73개 제품의 합산 점수는 878.5점이었고, 이 중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4개사 제품이 856.1점으로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봉지라면에서는 신라면이 51.7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진라면(47.4점), 불닭볶음면(37.1점), 안성탕면(36.3점), 너구리(35.8점)가 뒤를 이었다. 비빔면 부문 1위는 팔도비빔면(53.4점)이었고, 진비빔면(44.2점), 배홍동(43.5점)이 상위권을 형성한 반면 더미식 비빔면(20.7점), 오뚜기메밀비빔면(11.0점)은 낮은 점수에 머물렀다. 하위 브랜드 제품은 AI 답변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 생성형 AI가 추천 답변을 구성할 때 소수 대형 브랜드에 집중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같은 브랜드도 봉지·컵으로 갈리는 점수
같은 브랜드라도 제품군에 따라 AI 경쟁력 점수는 크게 엇갈렸다. 삼양라면은 봉지라면 31.2점에서 컵라면 2.9점으로 28.3점이 떨어졌고, 안성탕면은 봉지 36.3점에서 컵 9.0점, 너구리는 봉지 35.8점에서 컵 14.3점으로 하락했다. 반대로 육개장 사발면은 봉지라면에서 4개 AI 모두 0점을 받았지만 컵라면에서는 33.5점으로 3위에 올랐고, 참깨라면도 봉지 12.1점에서 컵 24.0점으로 상승했다. 신라면(봉지 51.7점·컵 47.8점), 진라면(봉지 47.4점·컵 40.3점), 불닭볶음면(봉지 37.1점·컵 32.2점)처럼 두 부문에서 고르게 강세를 보인 브랜드는 소수였다. AI 서비스별로도 순위가 갈려, 육개장 사발면은 제미나이에서 50.7점을 받았지만 클로드에서는 14.3점에 그쳤다.
매출 규모와 AI 점수의 괴리
지난해 라면 매출 비중은 농심 85.1%, 삼양식품 91.7%, 오뚜기 28.7%였으며, 연결 매출은 농심 3조5143억원, 삼양식품 2조3518억원, 오뚜기 라면 매출은 약 1조560억원이었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국내 소비자 질문을 기준으로 한 이번 측정에서는 이 같은 해외 성과가 점수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매출 규모나 시장점유율이 곧바로 AI 답변 속 노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발 브랜드에 던지는 과제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라면은 수십년간 쌓인 조리법과 후기, 커뮤니티 기록이 생성형 AI의 참고 자료가 되는 분야”라며 “후발 브랜드는 유통망과 광고뿐 아니라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보를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브랜드 전체보다 개별 제품 단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 제품의 점수가 높더라도 같은 이름을 사용한 다른 제품군이 함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측정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에이아이빅스랩은 F&B·프랜차이즈 외에 뷰티·가전·자동차·금융·교육·보험 등으로 AIBIX 측정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라면 시장에서 확인된 쏠림과 격차가 다른 업종에서도 반복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