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브랜드 간 경쟁의 무대가 매대와 광고를 넘어 생성형 AI가 읽고 인용하는 정보 축적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에이아이빅스랩이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에 동일한 소비자 질문을 반복 입력해 봉지라면·컵라면·비빔면 73개 제품의 AI 브랜드 경쟁력지수(AIBIX)를 측정한 결과다. 이 지수는 답변에 등장한 브랜드의 노출 빈도, 언급 점유율, 공식 출처 인용 현황을 100점 척도로 환산한 것으로, 2026년 8월 6일 F&B·프랜차이즈 30개 카테고리에 걸친 1차 결과가 공개됐다.
전체 제품 합산 점수는 878.5점이었는데, 이 중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4개사 제품이 856.1점으로 97.5%를 차지했다. 라면 4사 밖에서 점수를 획득한 제품은 더미식 비빔면, 더미식 메밀비빔면, 노브랜드 비빔면 등 3개에 불과했다. 생성형 AI가 소비자의 라면 관련 질문에 답할 때 참조하는 정보가 사실상 소수 대형 브랜드에 쏠려 있다는 뜻이다.
브랜드가 아닌 제품 단위로 갈리는 AI 인식
봉지라면에서는 신라면이 51.7점으로 1위를 지켰고 진라면 47.4점, 불닭볶음면 37.1점, 안성탕면 36.3점, 너구리 35.8점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가 컵라면으로 넘어가면 순위와 점수 모두 크게 흔들린다. 신라면컵(47.8점)과 진라면컵(40.3점)은 봉지라면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삼양라면은 봉지라면 31.2점에서 컵라면 2.9점으로 28.3점 하락했다. 안성탕면(36.3점→9.0점), 너구리(35.8점→14.3점)도 컵라면에서 점수가 크게 낮아졌다. 반대로 참깨라면은 봉지라면 12.1점에서 컵라면 24.0점으로 오히려 상승했고, 육개장 사발면은 봉지라면 부문 0점이었다가 컵라면에서 33.5점으로 3위에 올랐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생성형 AI는 브랜드 전체보다 개별 제품 단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 제품의 점수가 높더라도 같은 이름을 사용한 다른 제품군이 함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측정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AI 서비스마다 엇갈리는 1위, 실제 매출과도 다른 그림
육개장 사발면의 경우 제미나이에서는 50.7점을 받았지만 클로드에서는 14.3점에 그쳐, AI 서비스별로 같은 제품에 대한 평가가 크게 갈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챗GPT·클로드와 제미나이·퍼플렉시티가 서로 다른 제품을 1위로 꼽는 경향도 확인됐다. 비빔면 부문에서는 팔도비빔면이 53.4점으로 1위, 진비빔면 44.2점, 배홍동 43.5점 순이었고, 더미식 비빔면(20.7점)과 오뚜기메밀비빔면(11.0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농심 85.1%, 삼양식품 91.7%, 오뚜기 28.7%로 회사마다 다르다. 농심의 연결 매출은 3조5143억원, 삼양식품은 2조3518억원이며 오뚜기의 라면 매출은 약 1조560억원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데, 이런 사업구조상 차이는 AIBIX 점수가 단순히 매출 규모나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김준현 대표는 “라면은 수십년간 쌓인 조리법과 후기, 커뮤니티 기록이 생성형 AI의 참고 자료가 되는 분야”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후발 브랜드는 유통망과 광고뿐 아니라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보를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대 점유율과 광고 노출로 대표되던 브랜드 경쟁의 축이, 이제는 AI가 어떤 정보를 학습하고 인용하느냐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