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에서 랩톱으로, 랩톱에서 모바일로 옮겨온 컴퓨팅의 무게중심이 이제 안경으로 향하고 있다. 손에 쥐던 화면을 눈앞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여러 기업에서 진행돼 왔지만, 시장이 실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화려한 시연을 넘어선 검증과 신뢰 축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피앤씨솔루션 최치원 대표가 이런 흐름을 국방 분야부터 풀어가고 있다.
국방에서 검증하고 산업·민간으로 넓히는 순서
피앤씨솔루션은 일반 소비자용 제품으로 먼저 진입한 다른 AI글래스 기업들과 달리 국방 분야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 한화, LIG 등과 협력하며 국방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이를 발판 삼아 산업 현장과 박물관 등 민간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을 택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AR도슨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해외에서도 유럽과 중동,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PoC와 공급 계약을 추진하며 박물관 관련 해외 계약도 성사시켰다.
AI글래스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작업 중 정보를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내는 순간 손이 묶이고 작업 흐름이 끊긴다. 두 손은 계속 작업에 쓰면서 필요한 정보를 눈앞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I글래스의 핵심 가치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표준품이 아니라 '커스텀 AI글래스'
피앤씨솔루션이 취하는 또 다른 전략은 표준화된 대량생산 제품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커스텀 AI글래스'다. 현장마다 필요한 기능이 다르다는 전제 아래, 열화상 카메라나 가스 센서 등을 현장 요구에 맞춰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범용 소비자 시장 대신 각 산업 현장의 구체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화려한 시연보다 신뢰의 축적
최 대표는 AI글래스 연구개발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회사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이런 작은 성공 하나하나가 신뢰를 쌓는 벽돌입니다. AI글래스 연구개발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와는 달라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험이 쌓여 다음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국방, 산업, 박물관을 거치며 쌓은 성공 사례가 다음 계약과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최 대표는 AI글래스가 궁극적으로 사람이 반복적으로 검색하고 찾고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대신 도와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이 검색하고 찾고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영화 속 자비스처럼 AI글래스가 그 과정을 계속 도와준다면 시간과 노력의 절감이 매우 클 겁니다.” 이런 관점은 AI글래스를 단순한 디스플레이 기기가 아니라 사람의 인지 작업을 돕는 보조 지능으로 위치시킨다.

국방에서 산업, 박물관, 그리고 해외 시장으로 이어지는 확장 경로는 AI글래스가 특정 분야의 실험적 기기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검증받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스크톱과 랩톱, 모바일을 거쳐온 컴퓨팅의 흐름이 안경이라는 다음 형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이런 현장 단위의 신뢰 축적이 얼마나 쌓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