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ERP 시장에서 패키지형 소프트웨어와 SI(시스템 통합) 외주 개발 사이의 공백을 겨냥한 정찰제 구축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저렴하지만 맞춤성이 떨어지는 패키지 ERP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지만 비용과 기간 부담이 큰 SI 개발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위시켓이 집계한 2026년 기준 맞춤 ERP 개발 평균 견적은 1억6480만원에 달해,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바틀은 이 공백을 정찰제로 메우는 모델을 내놨다. 표준형 기준 구축비 990만원, 구축 기간 12주라는 고정 조건을 제시하고, 완성된 소스코드와 데이터베이스를 고객사에 그대로 넘긴다. 엑셀로 업무를 관리하던 기업이 패키지 ERP의 경직성이나 SI 개발의 비용 부담 없이 넘어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골자다.
고정가 구축, 4단계로 표준화
구축 과정은 업무분석·설계, 개발, 데이터이관·교육의 4단계로 표준화돼 있다. 고객사는 주 1회 약 60분 미팅에 참여하는 정도로 구축 과정에 관여하며, 완료 후에는 1개월의 무상 안정화 기간이 주어진다. 표준 구축 모듈은 영업·매출, 구매·매입, 재고관리, 인사·근태, 회계 연동, 경영 대시보드, 권한·보안, 알림·자동화 등 8개다. 유지보수비는 월 44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가격 구간은 기업 규모별로 세분화됐다. 10명 안팎에 핵심 모듈 2~3개만 필요한 곳은 라이트(590만원부터), 10~30명 규모는 표준형(990만원부터), 30~100명은 비즈니스(2490만원부터), 100명 이상은 엔터프라이즈(5000만원부터)로 나뉜다.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지만, 각 구간 모두 사전에 정해진 고정가라는 점은 동일하다.
AI 애드온도 정찰제로
ERP 구축 자체를 넘어, 내부 데이터에 연결되는 AI 기능도 같은 방식으로 상품화됐다. 바틀이 운영하는 AI 애드온은 총 11종으로, 대표적으로 AI 데일리 브리핑(구축비 250만원·월 5만원), 전표 초안 생성(구축비 400만원·월 8만원), 자연어 데이터 조회(구축비 400만원·월 8만원), AI 이상 감지(구축비 300만원·월 5만원) 등이 있다. 개별 기능 외에 AI 스타터 팩(구축비 690만원·월 12만원)과 AI 풀 팩(구축비 1490만원·월 22만원)으로 묶어 구매하는 방식도 마련돼 있다.
AI 기능은 고객 데이터를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고, 결과값은 담당자 승인을 거쳐야 확정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ERP 자체가 정찰제로 표준화된 데 이어, 그 위에 얹는 AI 기능까지 별도의 고정가 상품으로 쪼개 제공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틀은 사람인의 기업 고객관리 시스템, 마리아병원 CRM, 딜라이브 ERP,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경진대회 홈페이지 등을 구축 사례로 제시했다.

결국 이 시장에서 관건은 정찰제 가격표를 유지하면서도 3개월이라는 구축 기간 약속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