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업계에서 매출 성장과 손실 축소를 동시에 이뤄내는 것이 기업 성장성을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암 검진 AI와 바이오마커 플랫폼을 앞세운 의료 AI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비용 효율화를 통해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루닛은 8월 11일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 457억66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해외 시장이 이끄는 성장 축
이번 실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해외 매출 비중이다. 해외 매출은 434억3300만원으로 전체의 약 95%를 차지했고, 국내 매출은 23억3300만원에 그쳤다. 암 검진 사업 매출은 428억3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으며, 특히 북미 지역 매출 증가율은 30%에 달했다.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상반기 매출도 29억2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하며 성장 폭을 키웠다.
비용 효율화로 손익 구조 개선
매출 성장과 함께 손실 폭도 크게 줄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289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419억1100만원 대비 약 31% 감소했고, EBITDA 적자는 292억5200만원에서 146억4800만원으로 약 50% 줄었다. 이는 비용 효율화 전담 조직을 구성해 사업별 예산 계획과 집행 구조를 점검하고, 매출 성장과 무관한 비용을 축소한 결과다. 올해 EBITDA 기준 연간 손익분기점 달성이라는 목표를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암 검진 사업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고, 루닛 스코프도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하고 있다”며 “매출 인식이 몰리는 하반기에는 손실 규모를 추가로 줄이고 더 큰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약 46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실적이 연간 손익분기점 달성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암 검진과 바이오마커 두 축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이번 실적은, 의료 AI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의료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매출 구조를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과 손익 개선을 함께 요구받는 업계 흐름 속에서, 하반기 매출 인식 집중 여부가 다른 의료 AI 기업들에도 참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