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초진 분류 기준, 처방일수, 진료지역 제한이 국회 심사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공동회장 이슬·선재원, 이하 원산협)가 낸 국민동의청원이 동의자 5만 명을 넘겼기 때문이다. 청원 제목은 ‘국민이 6년간 1,600만 번 이용해 온 비대면 진료의 지속적인 이용 보장 요청에 관한 청원’이다.
청원은 10월 1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국회전자청원)에 공개됐고, 11월 4일 오후 2시 기준 동의자가 5만 명을 넘었다. 공개 22일 만에 ‘30일 이내 5만 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고, 청원심사소위원회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된다.

초진 분류와 처방일수 7일 제한
원산협은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증상으로 6개월 이내 대면진료 이력이 없으면 초진으로 분류한다.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된다고 원산협은 설명했다.
원산협은 개정안이 현재 내용대로 시행되면 기존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상당수가 진료와 처방 과정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성질환자의 처방을 7일 단위로 나누면 진료와 약국 방문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은 “비대면 환경에서 처음 진료를 받는 병원에 직접 내원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처방을 7일로 묶고 지역까지 제한하면 사실상 비대면진료 이용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처방일수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개별 환자의 기록과 실제 의료 수요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게 원산협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원산협이 제시한 이용 현황 자료
원산협은 한국리서치 조사를 인용했다. 비대면진료 경험자 2,066명 중 67.6%가 평소 다니던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월 3%에서 2025년 10월 39%로 늘었다.
처방일수 관련 자료도 내놨다. 비대면진료의 평균 처방일수는 33.7일이고, 전체 처방 중 30일 이상 처방 비중은 46.3%다. 질환별 30일 이상 처방 비율은 고지혈증 94.1%, 고혈압 92.2%, 당뇨 80.4%다.
환자 안전과 진료지역 제한
안전성 논거로는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를 인용했다. 2020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2만6,503건 중 비대면진료 관련 사례는 5건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5건만으로 전반적인 안전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워 사고 보고체계와 진료 규모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료지역 제한도 문제로 제기됐다. 개정안은 진료 가능 지역을 주민등록상 주소지 또는 인정받은 실거주지와 같은 시·도로 제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선 공동회장은 5만 명 동의에 대해 “직역단체 의견뿐만 아니라 비대면진료를 실제 이용하는 환자의 이용 행태를 반영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라고 말했다.
남은 일정
이번 청원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환자의 접근성과 안전성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국회 차원의 논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정 의료법은 12월 24일 시행될 예정이다. 향후 보건복지위 청원 심사와 복지부의 시행규칙 검토에서는 초진 분류 기준, 처방일수, 진료지역 제한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