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술과 실행의 장벽을 낮추면서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벤처스퀘어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2026년 11월 4일 서울 마포구 박병원홀에서 'OPEN UP TREND 2027'을 열었다. 주제는 '2027,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는가'이며, 소비 트렌드와 창업정책, 기업 성장 전략 세 관점의 강연이 이어졌다.
연사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목승환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다. 모더레이터는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맡았다. 스타트업이 AI 시대에 무엇으로 경쟁하고 성장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소비 트렌드: 권태사회와 라이프 ROI

첫 흐름은 소비자의 선택 기준 변화다. 김난도 교수는 특별강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7』의 10대 키워드를 바탕으로 소비자 선택, 조직이 일하는 방식, 인간 경쟁력의 변화를 설명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김 교수의 저서이며, 2027년 붉은 양의 해를 맞아 'ALPHA SHEEP'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ALPHA SHEEP은 무리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먼저 행동하는 존재를 뜻한다.
김 교수가 제시한 2027년 핵심 개념은 '권태사회'다. 과도한 자극과 선택 속에서 사람들이 만족과 몰입을 경험하기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달라진 소비자 선택 기준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라이프 ROI'다. 소비자가 투입한 것 대비 얻는 것을 따진다는 뜻이다. 이와 짝을 이루는 '리:텐션 전략'은 신규 고객 확보보다 고객이 다시 찾고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작은 시도와 시행착오로 가능성을 발견하는 경제 흐름인 '해봄경제'도 소개됐다. AI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비용을 낮추면서,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는 방식보다 이런 접근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조직과 인간 경쟁력: 바이브 워킹과 휴먼엣지
두 번째 갈래는 AI 시대의 일하는 방식이다. '바이브 워킹'은 업무를 AI가 수행할 단위로 구조화하고 AI 에이전트와 인간의 판단을 연결하는 협업 방식이다. 김 교수는 AI 도입 성과가 업무 재설계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휴먼엣지'는 AI 환경에서 인간의 경험과 판단, 손길이 차별화 가치가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 차별화 요소라는 내용이다.
창업정책: 국가창업시대와 K-실리콘밸리

김난도 교수에 앞서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목승환 실장의 강연 주제는 '창업국가로의 대전환과 K-실리콘밸리'였다. 저성장 고착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기업 중심 성장의 한계, AI 산업 전환 가속화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창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목 실장은 국가창업시대 비전을 소개하며 창업문화, 성장방식, 창업기회, 실패인식 네 영역의 전환을 강조했다.
정책으로는 국민의 아이디어를 실제 창업으로 연결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대·중견기업, 공공기관, 군의 문제를 스타트업 기술로 해결하는 실증 지원 정책 '모두의 챌린지'도 함께 언급됐다.
기술창업 단계별 성장 경로의 대상은 7대 SEED 딥테크 기업이다. 이 경로에는 TIPS,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 유니콘 브릿지가 연계된다.
K-실리콘밸리는 대전·광주·대구·울산 등 4대 과학기술원 소재지를 중심으로 창업거점을 조성하는 구상이다. 2027년에는 민관협력으로 기술실증(PoC)과 실전 적용검증(PoV)을 지원하고, 중소제조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스타트업의 기술 연계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성장 전략: 키스톤 5C

김난도 교수에 이어 마지막 강연을 맡은 전화성 회장은 기업 성장 모델 '키스톤 5C'를 소개했다. 5C는 진단·역량·집중·협력·핵심가치로 구성된다. 성장은 여러 조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이뤄지며, 진단과 실행력, 집중, 협력, 핵심가치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전 회장은 『모두의 창업, 성장의 공식』의 저자다.
전 회장은 투자자가 확인하는 성장 근거로 시장, 고객, 팀, 사업모델, 성장 가능성 다섯 영역을 제시했다.
세 연사의 강연은 기술·자본·정책의 기회를 실제 고객 가치와 기업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2027년 스타트업 경쟁력은 AI 도입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보편화되는 환경에서 고객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차별화 가치를 만들며 시장 반응에 따라 방향을 수정하는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