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오래 실증한 사업자가 정식 인가 단계에서는 경쟁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의 허세영 대표는 금융위원회가 STO 장외거래소 인가 수를 최대 2개로 제한한 결정의 절차와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루센트블록은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입장을 발표했다.
허 대표는 루센트블록이 사업 준비와 운영에 약 7~8년을 들였다고 밝혔다. 회사가 지금까지 조달한 자본은 약 230억원이고, 인프라 구축에는 25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루센트블록은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했으며, 허 대표는 추가 인가를 신속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가 수 2개 제한, 어떤 권한과 절차로 정해졌나
허 대표는 인가 수를 최대 2개로 제한한 결정이 어떤 권한과 절차로 확정됐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9월 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조각투자 유통 플랫폼 제도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인가 수 제한은 의결 안건이 아닌 보고 안건이라는 게 허 대표의 주장이다. 보고 안건에 예시로 담긴 내용이 확정된 정책처럼 다뤄졌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금융당국이 지난 22일 국회에 낸 자료에서 관련 설명을 고치고 실무상 착오를 인정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언급했다. 다만 이 부분은 금융당국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정책적 근거도 문제로 삼았다. 사업자 수를 2개로 제한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와 유동성이 분산되고 시장이 난립할 우려를 제시했다. 반면 허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부동산신탁업의 신규 인가 과정에서 경쟁도·시장 집중도·해외 사례를 검토한 전례가 있다며, STO에서도 충분한 분석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시장 집중도를 측정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등을 언급하며 인가 수가 2개여야 하는 객관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드박스 실증은 정식 진입 기회로 이어지는가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 아래에서는 어려운 혁신 금융서비스에 일정 기간 실증 기회를 주는 제도다. 루센트블록은 이 제도에서 오래 실증했는데도 정식 인가 단계에서 경쟁할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본다. 샌드박스 지정이 인가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 만큼, 실증 경험을 심사에 어디까지 반영하느냐가 쟁점으로 남는다.
허 대표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21조도 근거로 들었다. 지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인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예비인가 탈락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제한된 인가 수와 선정 순위가 탈락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배구조와 넥스트레이드 논란에 대한 해명
허 대표는 지배구조 논란에도 입장을 밝혔다. 본인 지분은 약 35%이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집계된 51%에는 개인투자조합 투자자 지분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넥스트레이드를 둘러싼 논란도 거론됐다. 루센트블록 측은 넥스트레이드가 STO 장외거래소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약속의 내용과 효력, 정보 활용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스트레이드 관련 사업 방해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이언주·민병덕·조정훈·박민규·신동욱·김태년·정태호 의원 등이 루센트블록과 조각투자 시장 제도화 문제를 거론했다.
재심사 시 보완 의사, 추가 인가는 불확실
루센트블록은 신속한 추가 인가를 요구하고 있다. 재심사가 이뤄지면 지배구조와 대주주 요건을 보완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은 열어두되 정책적 해결을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고려하더라도 경쟁 기회를 제한하는 정책에는 충분한 판단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인가 수 제한의 결정 경위와 심사 기준에 대한 금융당국의 설명은 향후 다른 혁신금융 분야 제도화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추가 인가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