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데이터를 기업의 감축 근거와 소비자의 구매 선택 기준으로 쓰이게 하겠다는 것이 AI 기반 탄소 데이터 솔루션 기업 오후두시랩(2PMLab)의 방향이다. 공동대표 설수경·오광명이 이끄는 이 회사는 탄소관리 플랫폼 ‘그린플로’를 운영하며, 기업 배출량 산정에서 제품 탄소발자국, 녹색제품 유통, 지역사회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회사는 기업이 배출 지점을 파악해야 감축 근거를 얻고, 소비자는 제품의 환경적 가치를 판단할 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담당자의 수작업을 줄이는 것도 사업의 목적이다.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술 개발
설수경 대표가 탄소관리의 필요성을 체감한 계기 중 하나는 네팔에서 발생한 홍수였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적은 지역도 기후재난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꾸준히 기록·관리하는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설 대표는 기록의 의미를 재무 관리에 빗댔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관리하려면 매출과 비용을 기록해야 하는 것처럼,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기록의 목적은 숫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객사와 협업하면서 실제 어려움이 자료 수집과 정리에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술 개발의 중심을 배출량 계산에서 자료 수집·정형화·반복 업무 자동화로 옮겼다.
기업용 서비스: 그린플로 비즈니스와 2.0
그린플로 비즈니스는 기업용 서비스다. EEIO 모델로 구매·지출 자료를 바탕으로 공급망 등 기타 간접배출량(Scope 3)을 추정한다. 이 값은 실제 측정자료와 구분해야 하며, 활동자료를 추가하면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후속 버전인 그린플로 비즈니스 2.0은 AI로 자료 수집과 처리를 자동화한다. AI가 영수증·구매 명세서·회계자료에서 정보를 추출·정리하며, 수작업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설 대표는 “우리가 줄이려는 것은 담당자의 판단이 아니라, 판단하기 전에 반복해야 하는 수작업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기능 구체화는 한국환경공단 등과 맺은 협약을 기반으로 한다. 오후두시랩은 2026년 3월 한국환경공단·에코시안·한국경영인증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엑셀 비용 자료를 자동으로 연결하는 기능, 설문 기반으로 출퇴근·협력업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으며, 사업장 폐기물 배출·처리 정보를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올바로시스템과의 연계도 검토 중이다. 한국환경공단과는 개념검증(PoC)으로 현장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AX 사업과 AI 에이전트
오후두시랩의 AI 기술 개발은 별도의 정부 지원 사업과도 연결돼 있다. 회사는 에코시안·KAIST와 함께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AX)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여러 AI 에이전트가 자료 정리와 배출 분석을 나눠 맡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 전처리와 기업 분석·평가 기능은 2026년 안에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전처리와 기업 분석·평가 기능을 구현한 뒤에는 이 AI 기술의 적용 범위를 탄소감축, 공급망 관리, 기후 시나리오 예측 등으로 넓힐 방침이다.
자동화가 진전될수록 산정 결과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해진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설 대표는 “기업이 ‘이 숫자를 믿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면,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화려한 AI 기술이 아니라 숫자의 근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체계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를 갖추는 것보다 매년 개선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밝혔다.
제품 탄소발자국과 녹색제품 유통
그린플로 임팩트는 전과정평가(LCA)를 기반으로 제품의 탄소발자국과 저감효과를 산정하는 서비스다. 화장품·의류·새활용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LCA 프로젝트를 100건 이상 수행했고, 새활용 소재 등급 분류 체계도 구축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는 공인전자문서제도의 탄소저감 효과를 분석했다. 기존 분석에서는 전자문서 약 4억3000만 건이 유통되면서 약 4800톤의 탄소가 저감된 것으로 산정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공인전자문서의 탄소저감량 총계는 5800톤이다.
오후두시랩은 탄소 데이터 정보를 소비자의 구매 과정에 연결하기 위해 그린플로 임팩트스토어를 기획했다. 제품별 탄소발자국과 저감효과를 확인하고 구매하도록 만든 녹색제품 유통 서비스로, 론칭 파트너를 모집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제품 온라인 전용장터에도 선정됐다.

지역사회와 공공 사업
그린플로 로컬은 지역 소상공인의 에너지 사용량과 친환경 활동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시민 참여형 사업인 시흥 탄소가계부는 일상의 탄소배출량 확인과 저감활동 기록을 지원한다. 오후두시랩은 경기도 기후플랫폼의 탄소경영서비스 구축에도 참여했으며, 이 플랫폼은 지역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배출량 관리를 지원한다.
설 대표는 사회적 시스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더 이상 개인의 선의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 사이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회사가 말하는 ‘따뜻한 기술’은 “결국 오후두시랩이 추구하는 따뜻한 기술이란, 좋은 의도를 실제 행동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설명으로 정리된다.
향후 전략
오후두시랩은 AI 탄소관리 기술의 상용화와 공공·기업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제품·공급망 데이터 관리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