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믿고 위험을 감수해 시장을 검증한 스타트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자기 유통채널을 잃게 되는 것이 정당한가.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 겸 정책센터장)는 칼럼에서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결정을 이렇게 문제 삼았다. 금융위는 NXT컨소시엄과 KDX 두 곳에만 예비인가를 내줬고, 샌드박스에서 유통을 운영해 온 루센트블록은 탈락했다.
안 변호사는 금융위의 2021년 지정 자료, 2025년 2월·5월 안내와 발표, 국정감사 답변, 평가 점수 공개 내용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논증을 폈다. 그는 '최대 두 곳' 제한의 법적 근거, 세부 평가 근거,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21조 절차 미적용, 전관 특혜 의혹을 금융위가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추가 예비인가 신청 기회를 열라고 주장했다.

샌드박스에서 검증한 유통채널, 예비인가에서 탈락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금융위는 2021년 루센트블록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예비인가 평가 총점은 NXT컨소시엄 750점, KDX 725점이었고, 루센트블록은 653점으로 탈락했다.
NXT컨소시엄은 넥스트레이드가 최대주주인 컨소시엄이고, KDX는 한국거래소가 주주로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금융위는 두 거래소가 본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하면 루센트블록이 유통채널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존 샌드박스를 조각투자 증권의 '발행'으로, 이번 인가를 '유통'으로 구분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안 변호사는 금융위가 2021년 지정 자료에 시장 개설 허가 간주를 담았는데도 기존 샌드박스를 '발행'으로만 설명한 것은 자기 문서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대 두 곳’ 제한의 법적 근거
금융위는 2025년 9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최대 두 곳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초기 시장 거래량이 적어 거래소를 많이 두면 유동성이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근거로는 2024년 샌드박스 유통채널의 연간 매수 거래금액 약 145억 원을 들었다.
안 변호사는 이 수치만으로 두 곳이 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금융위가 제한의 법적 근거와 분석을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행정규제기본법은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에 법률 근거가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부동산신탁업 사례와의 비교도 칼럼의 한 축이다. 금융위는 두 업종에서도 인가 수를 정한 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안 변호사는 그 사례들에서는 이미 사업을 하던 회사의 영업을 끝내는 대신 새 사업자를 몇 곳 더 들일지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기존 사업자가 탈락하면 기존 유통채널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는 비판이다.
평가 근거와 제21조 절차
안 변호사는 탈락 사유로 제시된 “심사 점수가 낮았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자본시장법 제14조는 예비인가 심사 결과와 이유를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금융위가 세부 평가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기존 유통 경험에 대한 가점 등을 짚었다.
그가 던진 질문은 두 가지다. 심사에서 “유통을 해봤느냐”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얼마나 평가했고, 확대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무엇이 부족했느냐”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21조는 혁신금융사업자가 지정기간 종료 후 인허가를 신청하면 혁신금융심사위원회가 인가 요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이다. 안 변호사는 금융위가 루센트블록 등 기존 혁신금융사업자에게 이 신청·검토 절차를 활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대 두 곳’ 운영방안은 시행령 개정안과 별개로 금융위 회의에 “보고안건”으로 올라갔다.
전관 특혜 의혹과 추가 신청 기회
넥스트레이드 대표 김학수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전력이 있다. 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안 변호사는 비판하는 사람을 향해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말하는 것은 해소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말로 부인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두 곳 제한 검토자료, 심사위원 이해충돌 점검, 세부 평가 근거를 공개해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예비인가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추가 인가 검토 가능성을 밝혔고 이억원 위원장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언젠가 검토하겠다’는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추가 예비인가 신청 기회를 열고 일정과 기준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안 변호사는 샌드박스의 약속을 정부를 믿고 위험을 감수한 기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공정하게 도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라고 적었다. 안 변호사는 변호사·세무사 자격을 갖췄고, 포스텍 겸임교수와 한국엔젤투자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