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전자제품 시장에서 팔린 개수는 늘었지만 한 번에 쓰는 돈은 줄었다. 크리테오(글로벌 커머스 플랫폼)가 8일 발표한 ‘2026 가전 및 전자제품 소비 트렌드(Consumer Electronics Pulse 2026)’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2026년 2분기 국내 주요 제휴 커머스 사이트의 가전·전자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고, 평균 주문 금액은 9%, 전체 매출은 6% 감소했다.
보고서는 크리테오 데이터 수집 대상 커머스 파트너·사이트의 거래 실적, 2026년 6월 소비자 설문조사, 2025년 4분기 국내 커머스 데이터를 분석해 작성됐다. 위 수치는 크리테오 제휴 사이트 기준이며 국내 가전시장 전체를 뜻하지 않는다.

판매량은 늘고 매출은 줄었다
2분기 국내 가전·전자제품 구매 전환율은 7% 상승했다. 반면 사이트 방문 트래픽은 4% 감소했다. 크리테오는 소비자가 저가 제품, 소형 가전, 유지보수 부품 쪽으로 구매를 옮긴 결과 판매량은 늘었지만 평균 주문 금액과 매출은 줄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한국은 판매량이 늘었는데도 주문 금액과 매출이 모두 줄었다. 미주는 2분기 가전·전자제품 매출이 12%, 평균 주문 금액이 9% 늘었다. EMEA(유럽·중동·아프리카)는 매출 8%, 평균 주문 금액 4%가 증가했다. APAC(아시아·태평양)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 이는 해외 시장과도 다른 양상이다.
품목별로는 주방가전·부품이 늘고 IT·영상기기가 줄었다
품목별 판매량에서는 주방가전과 부품이 증가했다. 1구 휴대용 인덕션이 전년 동기 대비 42%, 믹서기·블렌더가 37% 늘었고, 4구 빌트인 인덕션은 15% 증가했다. 전자제품을 연결하거나 수리하는 데 쓰는 AV 케이블은 34%, 커넥터는 22% 증가했다.
감소한 품목은 주로 IT·영상기기다. 데스크톱 컴퓨터 판매량은 49% 줄었고, 프로젝터는 44% 줄었고, 주방가전인 토스터·그릴도 같은 44% 감소했다. TV는 26%, 태블릿은 24% 줄었다.

구매까지 오래 고민하고 여러 출처를 비교한다
2026년 6월 설문에서 한국 가전·전자제품 구매자의 46%가 첫 온라인 검색 후 구매까지 2주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 39%와는 7%포인트 차이다. 한국 소비자의 77%는 1주일 이상 구매를 고민하며, 검색 당일 구매를 마치는 비율은 5%에 그쳤다.
보고서는 가전이 패션·뷰티보다 구매 결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유를 가격, 성능, 에너지 효율, 후기, 사양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매 전 4개 이상 웹사이트·정보 출처를 확인하는 국내 소비자는 37%로, 글로벌 35%보다 높다. 하나의 출처만 참고하는 비율은 국내 9%, 글로벌 12%다. 글로벌 데이터에서 앱과 웹을 모두 이용한 구매 여정은 평균 32일이었고, 이 기간 2.7개 브랜드 10개 제품을 살폈다. 웹만 이용하면 1.9개 브랜드 6개 제품이었다.
채널별로는 국내 소비자의 62%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했다.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와 브랜드 직영 매장은 각각 31%였다.
AI는 탐색에, 최종 선택은 직접
국내 가전·전자제품 구매자의 53%가 구매 과정에서 AI 챗봇이나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했다. 글로벌 수치는 48%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데이터에서는 챗GPT를 거쳐 상품 상세 페이지로 들어오는 유입 비중이 전통 검색 유입 비중의 약 2배였다.
AI를 이용한 국내 소비자 중 58%는 AI 추천 제품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글로벌은 61%다. 다만 제품을 고르는 방식으로는 전체 제품군을 직접 필터링하는 쪽이 41%로 가장 많았고, 개인화 추천이 28%, 전문가 선별 목록이 23%로 뒤를 이었다.
김도윤 크리테오 코리아 대표는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구매자들이 더욱 신중해지고 있는 동시에 구매 여정도 훨씬 다변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소비자는 리테일러와 채널 전반에 걸쳐 제품을 비교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넘나들며, 제품을 탐색하고 평가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최종 선택은 직접 내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구매가 몰리는 시점은 제품마다 다르다
2025년 4분기 국내 가전·전자제품 전체 일별 온라인 매출은 11월 3일에 10월 기준 기간 대비 39%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시점이 갈렸다. 정수기·정수 필터는 11월 11일 온라인 매출이 485% 늘었다. 가습기는 11월 3일 426%, 건조기는 11월 1일 269%, 멀티탭·서지 보호기는 11월 10일 259% 증가했다. 모두 기준 기간 대비 수치다. 11월 11일이 모든 제품의 대목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해외 쇼핑 이벤트도 비교 대상에 올랐다. 2025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미주와 EMEA 소비자 가전 판매량은 10월 기준 기간 대비 각각 168%, 158% 증가했다. APAC의 11월 11일, 12월 12일 쇼핑 이벤트 판매량은 각각 74%, 56% 늘었다.
제조사와 유통기업에는 AI가 읽고 비교할 수 있는 정확한 상품 정보를 내놓고, 소비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비교 기능과 상세 설명을 갖추는 일이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