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와 일상 사이에 비어 있는 고령자 건강관리를 악력 측정과 전화 상담으로 메우겠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고령자의 노쇠를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노세노쇠의 유하진 대표는 사업 방향을 병원 진료와 가정 생활 사이의 관리 공백을 줄이는 데 두고 있으며, 이를 시니어 플랫폼으로 넓히는 구상을 갖고 있다.
노쇠(Frailty)는 신체 생리적 예비능력이 줄어 작은 스트레스에도 건강이 쉽게 나빠지는 상태를 말하며, 노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노세노쇠는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이 노쇠를 관리하는 서비스다.
악력 측정과 전화 상담, 기록을 묶은 서비스
서비스는 악력기 체험을 건강관리 참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앱에서는 CHS 기반 노쇠 평가 항목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어르신에게는 악력기를 30초 동안 쥐어 보는 체험을 권하고, 확인한 내용은 건강관리 기록으로 쌓는다. 보호자에게는 리포트가 제공된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는 상담사가 주 1회 안부 전화를 건다. 전화 상담을 결합한 것은 앱 사용이 어려운 사람도 건강 상태를 점검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폰을 잘 모르겠다는 어르신들이 여전히 많아요. 앱을 쓰지 못하더라도 건강관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전화 상담을 결합했죠. 기술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를 돌본 경험에서 시작된 창업
창업의 출발점은 시골에 홀로 살던 치매·파킨슨병 할머니를 돌본 경험이다. 유 대표는 그 경험을 계기로 노년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간병인 플랫폼과 병원동행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며 병원 진료와 일상 사이의 관리 공백을 확인했고, 이를 사업 방향으로 삼았다.
“할머니는 늙는 것이, 가족들은 ‘부모가 늙는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 말고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아프기 전에 건강을 살피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 대표는 이런 마음을 회사 운영에도 이어 간다고 밝혔다.
“할머니를 생각하며 시작한 회사인 만큼 내 부모님께 드린다는 마음으로 무엇이 진짜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세노쇠에 오면 나이 드는 일이 두렵기보다 기대되는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12주 초기 연구와 현장 반응
노세노쇠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12주 동안 초기 연구를 수행했다. 참여자는 20명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노쇠 전 단계 또는 노쇠 상태로 분류된 사람 가운데 8명 중 7명이 추적 평가에서 개선돼 87.5%의 개선 비율을 보였다. 이 비율은 전체 참여자가 아니라 노쇠 전 단계·노쇠 집단 기준이다.
전체 평가에서는 노쇠 정도를 나타내는 CHS 점수가 평균 0.65점 낮아졌다. 인지기능 선별검사인 CIST 점수는 평균 1.05점 올랐다. 회사는 이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연구 규모가 작고 비교군이 없어 변화를 노세노쇠 서비스만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노세노쇠는 악력기를 활용한 추가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체 기능, 일상생활 수행능력, 삶의 질 변화를 확인할 예정이다.

현장 반응도 있다. 올해 9월 시니어 페스타에서 노세노쇠 부스를 찾아 악력 측정을 체험한 어르신은 194명이다. 노세노쇠는 이 행사에서 최다 방문 부스로 두 차례 선정됐다. 2025년에는 산업융합혁신제품으로 선정됐다.
기관·가족 중심 사업모델과 확장 구상
현재 사업모델은 복지관·보건소 대상 교육, 그리고 개인 고객이 부모의 건강을 확인하는 서비스로 설계돼 있다. 돌봄 서비스 연계도 구상 중이다. 장기요양, 치매안심센터, 병원동행 연결 기능을 구상하고 있으며,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연계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다.
기업 대상으로는 설문조사와 제품 실증을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시니어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과의 협력이다. 장기적으로는 시니어가 데이터 제공의 주체가 되어 보상을 받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유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시니어 한 분 한 분이 데이터 생성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기업은 필요한 대상에게 설문을 진행하고, 어르신들은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실질적인 보상을 받는 방식이죠.”

멤버십, 생활용품, 교육 등으로 사업을 넓히는 구상도 있다.
남은 과제와 다음 일정
사업을 이어 가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이용자의 꾸준한 기록을 유도하는 일, 상담 인력과 운영비 부담, 수익성, 개인정보 보호와 동의가 그것이다.
노세노쇠는 10월 2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중장년 일자리 페스타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