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에서 쌓은 실증 성과를 정식 인가 심사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이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것이 발단이다. 루센트블록은 추가 예비인가 신청 기회를 요구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인가 결정을 유지하고 있다.

예비인가 결과와 심사 점수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13일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에서 NXT컨소시엄과 KDX를 승인했고 루센트블록은 제외했다. NXT컨소시엄에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최대주주로 참여했고, KDX에는 한국거래소가 참여했다.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 평가에서 NXT컨소시엄은 750점, KDX는 725점, 루센트블록은 653점을 받았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사업계획, 지배구조 및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에서 점수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을 고려해 신규 장외거래소 인가를 최대 두 곳으로 제한했다. 금융위 입장은 기존 혁신금융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가나 배타적 영업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해명 요구
6월 23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가 육성해 온 스타트업이 인가에서 탈락한 데 대해 정치권이 해명을 요구한 자리다.
강 의원은 정부가 약 7년간 부동산 조각투자 스타트업을 육성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루센트블록 7년여 청년 창업자들의 노력은 물거품, 피눈물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성숙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와 정부에 인가 과정과 정책적 판단에 관한 자료를 내놓고 국민이 납득하도록 설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루센트블록의 요구와 업계 비교
8월 12일 대전 호텔인터시티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규제합리화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소통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루센트블록은 실증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예비인가 신청 절차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요구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사업자에게 자동 인가나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4년간 쌓아 온 실증 성과와 투자자 보호 실적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는 취지다.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이용자가 약 50만 명이고, 발행·유통한 수익증권 규모가 누적 3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법 개정으로 기존 사업모델 유지가 어려워진 과거 사례로 타다를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다. 두 사건의 법적·제도적 배경은 다르지만, 정책을 믿고 투자한 혁신기업이 제도 변화의 부담을 떠안는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지적이다.
남은 과제: 정식 제도 전환 기준
정식 장외거래소가 본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하면, 루센트블록은 자체 유통채널 운영을 중단하고 발행한 증권을 인가 거래소로 유통하게 된다. 이는 조건부 사항으로, 본인가와 영업 개시가 전제된다.
샌드박스에서 정식 제도로 넘어가는 기준과 실증 성과를 반영하는 정도가 과제로 꼽힌다. 실증 이후 제도 전환까지 일관된 기준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혁신금융 정책의 신뢰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