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에서 스케일업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직원 수와 매출 규모를 키우는 외형 확대가 아니라, 수익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의 초점을 정교화하는 것이 진짜 스케일업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AI로 적은 인원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성장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JiHyun & Company의 김지현 대표는 최근 칼럼에서 이런 흐름을 짚었다. 마케팅·영업 경력 30년 이상인 김 대표는 스케일업의 기준이 '얼마나 커졌는가'가 아니라 수익과 기업가치의 성장 여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몸집이 아니라 수익을 키운 사례
김 대표가 예로 든 것은 송인혁·이은영 대표가 함께 쓴 책 『나노벤처』다. 두 사람은 한때 직원이 58명이었던 자신들의 회사가 7명으로 줄어든 과정을 이 책에 담았는데, 인원이 줄어든 이후 매출은 오히려 늘고 월 운영비는 예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업무 방식을 재설계한 결과다. 저자들은 이렇게 작은 규모를 유지하면서 더 강해지는 조직을 '나노벤처'라 부르며, 조직을 키우지 않고도 수익과 운영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삼는다.

거꾸로 가는 스타트업의 학습 방향
흐름은 역설적이다.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우려 하는데, 정작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분업·절차 구조를 닮아가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완충장치가 부족한 스타트업에 대기업식 문화가 빠르게 도입되면 오히려 구조적 비효율이 생길 위험이 있다.
AI가 개인의 업무 범위를 넓혀주는 지금, 관리 체계와 절차를 늘리는 것이 곧 성장이라는 통념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절차와 분업을 늘리는 방향이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키울지부터 다시 정의해야
김 대표는 외형, 즉 직원 수·매출·규모는 성장의 결과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스케일업은 조직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키울지를 재정의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AI와 개인 역량을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면, 조직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수익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게 칼럼의 핵심 메시지다.
투자자들도 외형이 아닌 수익과 기업가치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스케일업의 기준이 바뀌는 흐름 속에서, 무엇을 키울지 다시 묻는 질문이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던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