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AI와 로봇이 작업 순서와 인력 배치, 위험요인 판단까지 맡는 사례가 늘면서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회장 정상민)는 AI·로봇 확산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새롭게 주의해야 할 중대재해 위험요인 5가지를 제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안전관리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검증·중지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문제
협회는 AI의 잘못된 판단이나 센서 오류가 실제 현장 사고로 이어질 경우, 이를 검증하고 작업을 중지시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기술이 판단 영역까지 넓어지는 동안 사람과 조직의 관리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섯 갈래로 나뉜 위험요인
협회가 제시한 위험요인은 AI 작업지시 오류, 협동로봇 오작동, AI 안전점검 누락, 자율주행 장비 사고, AI 인력배치 오류 등 다섯 가지다. 각 영역은 기술이 자동으로 판단을 내리는 지점과 사람이 그 판단을 확인해야 하는 지점이 어긋날 때 사고로 번질 수 있는 구간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사람이 다시 쥐어야 할 권한
협회는 이에 대응하는 절차로 AI 작업지시에 대한 검토·승인, 협동로봇 통제권한의 사전 설정, 안전점검 자동화 과정에서의 관리자 최종 확인, 자율주행 장비의 운행구역·속도제한 관리, AI 인력배치 결과에 대한 재확인 절차 마련을 제안했다. 기술이 내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이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점검하는 구조를 갖추라는 것이다.
정상민 회장은 “AI와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기술이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러한 판단을 누가 확인하며 위험 상황에서 누가 작업을 멈출 것인지까지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의 관리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설계 단계부터 함께 들여다봐야 할 이유
협회는 AI·로봇 도입을 설계·계획하는 단계부터 안전보건 담당자와 현장책임자, 근로자가 함께 위험요인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입 이후 문제를 발견해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입 전부터 사람의 검증 권한과 중지 권한을 시스템에 반영해야 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AI와 로봇이 산업현장에 더 넓게 퍼질수록, 기술과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