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더 큰 모델과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는 경쟁에서, 특정 작업에 가장 적합한 모델과 반도체 조합을 찾아내는 경쟁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흐름이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서 두나무앤파트너스가 2026년 8월 영국 AI 추론 최적화 기업 칼로섬(Callosum)에 500만달러(약 70억원)를 투자하며 이른바 'AI 오케스트레이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칼로섬은 AI 작업을 세부 단위로 쪼갠 뒤 조건에 맞는 모델과 반도체에 자동으로 배분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202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이번에 아토미코(Atomico)가 주도한 1억달러(약 1,393억원) 규모 시드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으며, 플루럴(Plural), DCVC, 영국 소버린 AI 펀드(UK Sovereign AI) 등이 참여했다. 특히 영국 소버린 AI 펀드가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은 칼로섬이 처음이다.
모델·반도체 모두 '승자독식'은 없다
이강준 두나무앤파트너스 대표는 “반도체 레이어와 AI 파운데이션 모델 레이어 모두 결국 복수의 승자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나의 모델, 하나의 칩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도가 아니라 여러 모델과 반도체가 공존하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AI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무에 가장 효과적이면서 비용 효율적인 조합을 찾는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가 중요한 가치 창출 영역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냘 아카르카(Danyal Akarca) 칼로섬 대표도 같은 맥락에서 “여러 모델과 반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AI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칼로섬은 케임브리지대학교 출신인 아카르카와 야샤 아흐터베르크(Jascha Achterberg)가 공동 창업했다.
반도체 생태계와의 접점, 그리고 초기 성과
칼로섬은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 리벨리온(Rebellions), 악셀레라 AI(Axelera AI), 텐드릴스(Tendrils), 슈퍼마이크로(Supermicro) 등과 협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리벨리온과의 협업은 두나무앤파트너스의 투자 네트워크를 통해 성사됐다. 이강준 대표는 “칼로섬 창업자와 팀의 연구 실적, 초기 상용화 성과가 글로벌 서비스·반도체·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칼로섬의 기술을 금융 AI 에이전트에 적용한 결과 처리 속도는 기존 대비 4배 빨라졌고, 연산 비용은 70% 줄었으며, 작업 성공률은 10%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이 단순한 개념 제안을 넘어 실제 비용·성능 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초기 사례다. 이번 투자는 두나무앤파트너스가 국내 리벨리온에 이어 해외 AI 반도체·모델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흐름 속에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