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날수록 정작 확보한 GPU가 얼마나 실제로 일하고 있는지는 뒷전으로 밀려왔다. 국내 산업계 평균 GPU 실가동률은 50~6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장비를 계속 늘리기 전에 이미 갖고 있는 자원의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쪽이 투자 효율을 높이는 더 확실한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동률이 곧 경쟁력이라는 진단
이런 흐름 속에서 아크릴은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OCP 코리아 테크 데이’에서 ‘소버린 AX’ 전략과 GPU 클러스터 최적화 플랫폼 ‘GPUBASE’를 공개했다. GPUBASE는 엔비디아 A100~B200, AMD 가속기, 구글 TPU, 리벨리온 ATOM·퓨리오사AI RNGD 등 국산 NPU까지 서로 다른 제조사와 세대의 가속기를 하나의 스케줄러·쿼터·정산 체계로 통합 관리한다. 기존 서버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적용할 수 있고, AI 학습 코드를 수정할 필요도 없다.

자원 통합이 만드는 비용 절감
아크릴 자체 실증에서 GPUBASE는 GPU 실효 가동률 93%, 네트워크 경로 활용률 98%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H100 100장 규모 클러스터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21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염익준 아크릴 CTO는 “네트워크는 성능인 동시에 비용의 문제”라며 “통신 대기를 줄이면 같은 장비에서 더 많은 GPU가 일하고 그만큼 추가 증설에 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새 하드웨어 구매 없이도 기존 인프라의 통신 병목을 줄이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비용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벤더 종속에서 벗어나는 소버린 AX
GPUBASE가 겨냥하는 또 다른 지점은 특정 제조사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국산 NPU를 기존 엔비디아 인프라에 점진적으로 편입시켜 공급망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는, 특정 벤더 하나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운영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는 “AI 주권은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보다 인프라와 모델, 운영 전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세 계층을 연결하는 기술과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소버린 AX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실증으로 뒷받침된 운영 데이터
이 같은 전략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한 환경에서 쌓은 실증 경험이 있다. 아크릴은 AWS·GCP 환경에서 각각 500장 이상,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환경에서 200장 이상 규모의 GPU 클러스터를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했다. 상급종합병원 11곳을 포함한 의료기관 18곳, 누적 1만 병상 이상의 폐쇄망 환경에서도 운영 실적을 쌓았고, 지난 7월에는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1·2차에 걸쳐 공급했다. GPUBASE와 관련해 22건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아크릴이 누적으로 보유한 특허는 83건 이상이다.
GPU를 더 사들이는 것만이 AI 인프라 경쟁력을 키우는 길은 아니라는 신호가 이번 사례에서 뚜렷해진다. 이미 확보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고, 서로 다른 벤더의 가속기를 얼마나 유연하게 통합 운영하느냐가 다음 단계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