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전사적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에서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문서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옮겼는지가 성과였다면, 이제는 옮긴 문서의 권한·소유자·폴더구조·버전·보존기간이 원본 그대로 유지됐는지가 실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가존소프트가 농심그룹의 국내외 21개 법인 문서 약 2600만개를 구글 워크스페이스로 이관한 사례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다.
메가존소프트, 농심그룹, 구글코리아는 2026년 8월 20일 농심 본사에서 GWS 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전환 작업의 완료를 알렸다. 국내 계열사 14개와 해외법인 7개를 아우르는 이번 작업은 여러 계열사와 해외법인마다 도메인·권한·보안정책·언어가 제각각이어서 AI가 활용할 업무 맥락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단일 테넌트·멀티 도메인, 통제와 유연성의 절충
이번 프로젝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일 테넌트·멀티 도메인 구조를 택했다는 점이다. 그룹 전체를 하나의 테넌트로 묶어 통제하면서도 법인별로는 도메인을 분리해 운영할 수 있게 한 방식이다. 이 구조 덕에 신규 법인을 인수하거나 설립할 때도 기존 테넌트에 도메인만 추가하면 되는 구조적 이점이 생긴다. 실제로 신규 법인의 업무환경 구성에 걸리는 시간은 24시간 안으로 단축됐다.
이 같은 인프라 표준화는 글로벌 계열사를 여럿 거느린 기업들이 AI 전환에 나설 때 공통적으로 마주치는 병목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해외법인마다 다른 언어와 보안정책, 계열사마다 다른 권한 체계는 AI가 업무 맥락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데 걸림돌이 돼왔다. 문서와 권한 체계를 먼저 표준화한 뒤에야 그 위에 AI를 얹을 수 있다는 순서가 이번 사례에서 다시 확인된 셈이다.
실행 횟수가 아닌 업무시간 단축이 관건
인프라 구축 이후 남는 과제는 실제 AI 활용도를 어떻게 측정하느냐다. 구글 제미나이 도입 효과는 단순히 몇 번 실행됐는지가 아니라, 실제 업무시간이 얼마나 단축됐고 그 사례가 얼마나 재사용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농심그룹은 아직 AI 사용률이나 업무시간, 만족도를 관리할 구체적 계획이나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대규모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가 흔히 맞닥뜨리는 다음 단계의 과제이기도 하다. 인프라와 문서 이전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그 인프라 위에서 실제로 업무가 얼마나 효율화됐는지를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국면이 온다. 진건 메가존소프트 대표는 “농심그룹이 국내와 해외를 아울러 GWS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기반 구축부터 AI 중심의 업무를 돕는 변화관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 파트너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농심그룹이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도약하고 새로운 AI 기술을 경험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임직원 맞춤형 교육과 변화관리가 병행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서를 옮기고 시스템을 바꾸는 일보다, 그 시스템을 실제 업무에서 습관적으로 쓰게 만드는 변화관리가 전환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결국 이번 사례가 남긴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인프라 전환을 마친 대기업들이 그 다음 단계, 즉 성과를 숫자로 증명하는 국면에서 어떤 지표를 내놓을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