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로 시장을 검증한 뒤 정식 제도로 전환되는 절차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국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실증 성과가 있는 사업자라도 정식 인가에서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사례로 드러나면서, 샌드박스 제도 자체의 신뢰 구조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2026년 8월 12일 대전 호텔인터시티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초청 소통 간담회에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 추가 신청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2022년부터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소유’를 운영해왔다. 4년간 운영사고 없이 서비스를 이어왔고, 이용자 수는 약 50만명, 누적 발행·유통 수익증권 규모는 300억원에 달한다.
정원 제한과 탈락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5년 9월 2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다. 신청사는 KDX, 루센트블록, NXT컨소시엄 등 3개사였지만, 신규 인가 수가 최대 2개로 제한되면서 2026년 2월 금융위는 KDX와 NXT컨소시엄에만 예비인가를 부여했다. 4년을 실증한 루센트블록은 이 과정에서 인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발행과 유통 업무가 분리되는 구조상 루센트블록은 발행 인가를 철회하고 장외거래소 인가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실증 기간과 이용자 기반, 거래 실적이라는 조건을 갖췄던 사업자가 정원 제한이라는 변수 앞에서 제도권 진입에 실패한 셈이다.
샌드박스와 제도화 사이의 간극
이번 사안의 핵심은 규제샌드박스에서 쌓은 실증 성과가 정식 인가 심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영돼야 하느냐는 지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샌드박스에서의 유통 업무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채널이었을 뿐, 새로운 시장 인프라 요건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실증을 마친 사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재도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샌드박스 제도 자체의 취지가 흔들린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허 대표는 간담회에서 “규제샌드박스는 기업이 한시적 특례 아래 시장을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부가 법령을 정비해 공식 제도로 전환한다는 전제에서 설계된 제도”라며 “실증을 거쳐온 사업자가 제도권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다시 신청할 기회를 열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업자에게 자동 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4년간 쌓은 실증 성과와 투자자 보호 실적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할 기회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추가 예비인가의 문이 조속히 열려야 실제 경쟁 기회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차 표준화 요구로 이어지나
루센트블록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재심사가 아니라 ‘실증-제도화-지속 운영’으로 이어지는 절차의 표준화다. 자본시장법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체계 안에서 샌드박스 실증 사업자가 정식 인가 심사에 어떤 위치로 편입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은, 조각투자 분야뿐 아니라 향후 다른 샌드박스 실증 사업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로 확장될 소지가 있다. 정원이 제한된 인가 구조에서 실증 기간과 성과를 어떻게 가중치로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이 정리되지 않으면, 유사한 갈등이 다른 업권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