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찾는 방식이 검색엔진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행위에서 AI 어시스턴트와 대화하며 조건을 좁혀가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일즈포스가 20개국 커머스 전문가 3,450명과 8개국 소비자 4,6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37개국 15억명 이상의 쇼핑 행동 데이터를 더해 발표한 글로벌 커머스 트렌드 보고서(State of Commerce)는 이 전환이 이미 시장 전반에서 관찰되는 흐름임을 보여준다. 조사는 2026년 4월10일부터 6월4일까지 진행됐고, 채널 이용 변화는 2025년 8월부터 2026년 5월까지의 기간을 비교해 분석했다.

탐색의 언어가 바뀌었다
보고서가 주목하는 변화의 핵심은 소비자가 상품을 찾는 언어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15만원 이하의 방수 등산화를 찾아줘”처럼 조건을 문장으로 던지는 대화형 탐색이 늘면서, 쇼핑 여정의 첫 단계에서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AI 채팅을 거쳐 글로벌 커머스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도 전년 동기 대비 150~428% 늘었다.
반대로 기존 채널의 비중은 줄었다. 2025년 8월부터 2026년 5월 사이 기존 검색엔진을 통해 상품을 탐색하는 소비자 비율은 15% 감소했고,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 이용률도 7% 줄었다. 그 자리를 AI 어시스턴트, 소셜미디어 AI, 배달 앱 등 새로운 채널이 메웠는데, 이들 채널 이용은 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대응, 절반은 움직였지만 데이터는 흩어져 있다
탐색 방식의 변화는 기업의 대응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48%가 AI 검색 플랫폼에 상품 데이터 피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46%는 외부 플랫폼과 채널로 상품·브랜드 노출을 넓히고 있다. 대화형·질문형 검색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고 최적화한 기업은 44%, 상품 콘텐츠의 정확성과 품질을 개선한 기업은 39%로 집계됐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지 않은 기업 중 45%가 중복되거나 불일치하는 고객정보를 그대로 갖고 있고, 마케팅·커머스 투자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41%, 고객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40%에 달했다. 멀티채널을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채널별 가격·프로모션 불일치가 43%, 채널 간 고객을 동일 인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40%, 실시간 재고 미동기화가 39%로 나타나 AI가 상품을 아무리 정확히 추천해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드러났다.
박세진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는 “AI가 상품 탐색과 구매 의사결정의 출발점이 되면서 소비자와의 첫 접점을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국내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AI 검색 플랫폼 대응에 나선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음 국면은 브랜드 전용 쇼핑 에이전트
보고서는 이커머스 사이트 상당수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자체 브랜드 전용 쇼핑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개별 AI 기능 하나를 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흩어진 상품·재고·고객 정보를 하나로 연결해야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쇼핑 경로에서도 기업이 소비자와 일관되게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세진 대표는 “결국 승부는 데이터에서 갈린다”며 “흩어진 고객·상품·재고 정보를 연결해 AI가 만드는 새로운 쇼핑 경로에서도 기업이 고객과 일관되게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검색창에서 대화창으로 옮겨간 탐색의 무게중심은 기업들에게 AI 검색 대응이라는 새로운 과제와 함께, 그 이면에 있던 데이터 파편화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AI 접점을 얼마나 빨리 늘리느냐보다, 그 뒤에서 상품·재고·고객 정보가 얼마나 일관되게 연결돼 있느냐가 다음 국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