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매장이라고 장사까지 무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름없는 과일가게 허예선 대표의 설명이다. 결제는 기계가 맡지만 상품 선정, 가격 책정, 재고와 폐기 관리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간판 없는 노점에서 시작해 전국 17개 매장으로 늘어난 이 브랜드는 소포장과 다양한 가격대, 자체 주문·픽업 시스템 오더챗, 카페 안 과일 판매대(샵앤샵)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허 대표는 인터뷰에서 운영 경험과 앞으로의 과제를 밝혔다.

노점에서 17개 매장까지, 이름은 손님이 붙였다
이름없는 과일가게는 허예선 대표가 운영하는 무인 과일 매장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무인 과일 매장을 구상한 계기는 나이가 있는 부모님이 부담 없이 운영할 가게를 마련하려는 개인적인 고민이었다. 허 대표가 처음 과일을 판 곳은 간판 없는 노점이었다.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가게를 소개했고, 상호가 없던 가게는 자연스럽게 '이름없는 과일가게'로 불리기 시작했고, 그 이름이 브랜드가 됐다.
허 대표는 브랜드의 시작을 이렇게 돌아봤다. “브랜드라는 게 꼭 멋진 간판이나 거창한 기획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손님들이 기억해 주고, 다시 찾아오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서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평균 면적은 8~14평이다. 하루 판매 건수는 점포에 따라 70~300건으로 차이가 있다. 매출 비중은 과일 50%, 채소 35%, 간편식 10%, 음료 3%, 기타 상품 2%로 구성된다.
무인 매장을 운영하며 느낀 점도 있었다. 허 대표는 “운영하다 보니 고객에게도 필요한 매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늦은 시간에도 과일을 구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으니까요. 고객이 편리하면서, 점주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라고 말했다.
소포장과 가격대 설계, 신선식품 문제에 대한 대응
신선식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름없는 과일가게는 소포장과 가격 구성에 공을 들인다. 소포장 과일·채소에는 1,000원, 1,900원, 2,500원, 2,900원, 3,900원, 5,900원 등 다양한 가격대를 적용한다. 소포장은 구매 편의를 넘어 판매율과 재고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
소포장한 상품의 가격을 매기는 일도 단순하지 않다. 허 대표는 이 계산을 오더챗 같은 시스템으로 돕고 싶다고 했다. “과일은 같은 품목이라고 해도 크기나 품질, 매입 가격이 다 달라요. 소포장하면 중량과 원가를 다시 계산해야 하고요. 이런 걸 점주님이 매번 감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무인 운영에 대한 허 대표의 생각은 분명하다. “무인 매장이라고 장사까지 무인이 되는 건 아니다. 결제는 기계가 대신하지만 좋은 과일을 고르고, 적절한 가격을 정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중요한 건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가맹 지원과 창업 비용
회사는 가맹점에 상권 분석, 창업 컨설팅, 상품 구성, 무인·반무인 운영, 사계절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허 대표는 ‘무인’이라는 말만 보고 창업을 정하는 건 위험하다며 점주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무인이라고 관리가 필요 없는 건 아니죠. 매장을 열기 전에는 상권을 살펴야 하고, 운영하면서는 상품과 재고를 계속 확인해야 해요. 결국 장사를 얼마나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회사가 제시한 창업 비용은 가맹비 500만원, 교육비 500만원, 인테리어 약 3,500만원, 집기류 약 1,500만원으로 총 6,000만원 수준이다. 실제 투자비는 면적·입지·시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회사는 매장 운영 관련 특허 2건도 보유하고 있다.
가맹계약 기간은 2년이다. 회사는 일부 점주가 계약 종료 후 개인 과일가게를 운영하거나 독자 브랜드로 창업한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본사만 성장하는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점주님들이 매장을 운영하면서 장사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사는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요.”라고 말했다.
키오스크와 오더챗, 발주·재고 연결은 개발 단계
매장은 키오스크로 무인 결제를 운영하며, 매출과 재고는 일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발주에서 판매, 재고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데는 고도화가 필요하다. 자체 개발한 주문·픽업 서비스 오더챗은 현재 운영 중이다.

회사는 오더챗을 발주, 가격 책정, 재고 관리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발주 연계, 판매단가·수익률 계산, 진열 가이드를 개발 중이다. AI를 접목한 관리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지만, AI를 활용한 운영 자동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허 대표는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이 편리하게 주문하고, 점주님은 적절한 양을 발주하고, 매장에서는 잘 팔릴 수 있도록 진열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기술이 대단해 보이는 것보다 실제 장사가 편해지는 게 중요합니다.”
카페 안 과일 판매대, 샵앤샵
독립 매장 외의 판매 방식으로는 샵앤샵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 한쪽에 과일 판매대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앤드카페가 사례다. 카페 손님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이라면 별도의 과일가게를 열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신선도, 진열, 재고를 각 매장에 맞추는 일은 과제로 남아 있다.
허 대표는 “과일가게가 꼭 독립된 매장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커피숍이나 빵집, 디저트 전문점처럼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에서 과일도 함께 판매할 수 있다면 고객도 편리하고 운영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와 국내 기반 강화
재고 손실과 폐기 부담, 매입가 변동 대응, 품질 유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오더챗의 효과와 샵앤샵의 수익구조도 검증해야 한다. 당분간은 해외 진출보다 국내 운영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허 대표는 “처음부터 큰 매장이나 잘 갖춰진 브랜드로 시작한 게 아니에요. 간판도 없는 곳에서 과일을 팔았고, 손님들이 기억하고 찾아주시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이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