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까다로운 의료 영역일수록 초기의 어려움을 넘어서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진입장벽이 된다는 것이 의료 AI 스타트업 퍼슬리(Persly) 두 공동대표의 시각이다. 남궁현·오상준 공동대표는 환자의 진료기록과 검사결과를 연동해 치료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AI 건강비서를 개발·운영하며 ‘1인 1주치의 시대’를 목표로 한다. 서비스는 환자가 직접 구독료를 내는 B2C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두 대표는 4분의 짧은 진료 시간 때문에 환자가 진료실 밖에서 홀로 시간과 정보 부족을 감당한다고 본다. 퍼슬리는 이런 환자의 시간과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만든 서비스다. 짧은 진료 시간 속에서 환자가 정보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일반 AI 챗봇이 환각을 일으키거나 환자의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다.

환각을 줄이는 문장별 출처 표기와 의무기록 연동
퍼슬리는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내놓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문장별로 공식 출처를 표기하는 구조를 개발했다. 공식 진료 가이드라인과 의학 논문을 근거로 답변을 만들고 문장마다 출처를 보여 주는 것은, 환자가 어떤 의학적 근거에서 나온 정보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의료기록 연동에 집중하는 이유도 환자의 치료 과정을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퍼슬리는 2026년 3월 청구 데이터 수준을 넘어 상세 의무기록을 연동하는 체계를 갖췄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의무기록을 연동한 사용자 가운데 약 70%가 4대 중증질환 환자다.
회사는 AI 성능도 제시했다. 오픈AI가 만든 의료 AI 평가 지표 헬스벤치 하드(HealthBench Hard)에서 퍼슬리가 65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회사가 비교 수치로 내놓은 GPT-5의 점수는 45점이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정식 앱까지
퍼슬리는 법인을 세우기 전인 2024년 11월 카카오톡 채널로 서비스를 먼저 공개했다. 공개 후 하루 만에 첫 매출이 나왔다. 실제 비용 지불로 이어졌다는 점은 두 창업자에게 중요한 신호였다. 가입자는 첫 달 약 7,000명이었고 셋째 달에는 1만 명이 됐다.
2025년 2월에는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 해 4월 정식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는 9월에 선정됐다. 2026년 5월 기준 누적 사용자는 10만 명이며, 회사는 월간 구독 유지율이 약 82%라고 설명한다.

B2C 구독 모델과 신뢰성 확보
퍼슬리는 환자가 직접 구독료를 내는 B2C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사·제약사 협업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 보안과 신뢰성 측면에서는 ISMS-P 인증과 보건의료 분야 특수전문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암 환자의 재발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는 등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계별 마일스톤에서 퍼슬리가 예상하는 손익분기 돌파 시점은 2027년 상반기다.

앤틀러에서 만난 두 대표
남궁현 대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으로 AI 기반 전자상거래 분석 플랫폼 디사일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오상준 대표는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을 거쳐 기능성 인솔 브랜드 코디체를 창업해 매각한 경험이 있다. 두 대표가 합쳐서 가진 창업 경험은 10차례이고, 두 사람 모두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재도전 성공패키지에 참여하고 있다.
두 사람은 글로벌 벤처캐피털 앤틀러(Antler)의 스타트업 컴퍼니 빌더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두 사람을 처음 이어 준 계기 가운데 하나는 참가자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도넛챗(Donut Chat)이었다. 남궁 대표는 오 대표와 대화하며 말이 잘 통한다고 느꼈고, 이후 두 사람은 팀을 꾸려 퍼슬리를 창업했다.
공동창업에 대해 오 대표는 “공동창업은 내가 손을 떼더라도 나보다 더 잘할 파트너라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1인 1주치의가 뜻하는 것
두 대표가 말하는 ‘1인 1주치의’는 AI가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진료실 밖에서 건강 정보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가리킨다.
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규제가 까다로운 의료 영역일수록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가장 확실한 진입장벽이 되어줍니다. 환자의 편에 서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4분의 짧은 진료 시간을 메우는 ‘1인 1주치의’ 시대를 완성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