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크루(대표 남경아)가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기업용 앱 실행 플랫폼 Lucy Platform의 공급 방식을 바꾸려 한다. 2026년 12월 말 협업 도구 Lucy TeamCloud의 고도화 버전을 기존 고객사에 공급하고, 2027년 초에는 SaaS 베타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회사는 금융권에서 검증한 플랫폼을 공공시장과 해외, 다른 산업으로 넓힌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Lucy Platform은 모바일·PC·웹을 통합해 개발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이든크루는 2015년 남경아 대표가 설립했고, 현재까지 국내 8개 증권사와 해외 3개국에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원은 19명이며 이 가운데 개발자가 16명이다.
HTS·MTS 반복 개발에서 출발한 플랫폼
남 대표는 1993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증권사 HTS·MTS를 개발하면서 비슷한 화면과 기능을 반복 구현하고, PC와 모바일 화면을 따로 작성하는 부담을 겪었다. 회사는 디자인과 코드 사이의 변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9년 Lucy Studio 개발에 착수했다.
남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저는 증권사 HTS와 MTS 화면을 직접 개발하면서, 디자인을 실제로 작동하는 앱으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지 몸소 겪었습니다. 디자인을 코드로 다시 옮기는 부담만 덜어도 개발자는 핵심 업무 로직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SI 사업을 이어 가면서 자체 플랫폼에 투자할 것인지가 가장 크게 고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고객 프로젝트는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이지만, 플랫폼 개발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투자입니다.” 2019년 자체 개발 도구로 시작해 실제 투자자가 쓰는 금융 서비스로 자리 잡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디자인과 업무 로직을 나눈 구조
작업 방식은 이렇다. 디자이너가 피그마(Figma)에서 만든 디자인을 Lucy Studio로 불러오면, 개발자가 시세 조회와 주문 처리 같은 기능을 연결한다. 화면과 업무 로직 정의를 실행 환경과 분리해 iOS·안드로이드·웹·윈도·macOS에 대응한다. 기반 기술은 구글의 크로스플랫폼 개발 프레임워크 플러터(Flutter)다.
2023년 5~12월 프로젝트에서 기존 방식과 비교한 결과 콘텐츠 화면 제작 시간은 30%, 애니메이션 효과 제작 시간은 60% 줄었다. 화면 구현에 필요한 소스코드 양도 30~50% 감소했다.
나무 맥스와 고객 확대
NH투자증권은 Lucy Platform의 첫 고객이다. 양사는 2023년 개념검증을 진행했고, 2025년 Lucy Platform을 활용해 데스크톱 거래 앱 ‘나무 맥스’를 개발했다. 나무 맥스는 2026년 7월 macOS용, 8월 윈도용으로 공개됐다. NH투자증권과의 협업은 이어져 오는 11월 12일에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든크루는 유안타증권 MTS 개발을 시작으로 사업 기반을 다졌고, 이후 신한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으로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 고객을 넓혔다.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선물은 최근 Lucy Platform을 도입해 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남 대표는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Lucy Platform을 도입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 도입이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진 것은 고객이 플랫폼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든크루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약 51% 늘었다. UI 자동 생성 기술 특허를 확보했고,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했다. ‘2026년 중소기업 R&D 우수성과 50선’에도 선정됐다.
TeamCloud 공급 방식 전환과 AI 도구
Lucy TeamCloud는 고객사 서버에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제공돼 왔다. 회사는 이 협업 도구의 고도화 버전을 2026년 12월 말 기존 고객사에 공급하고, SaaS 베타 버전을 2027년 초 공개할 계획이다.
다른 산업으로 진출하려면 새로운 이용자가 스스로 제품을 익히고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회사는 판단했다. 남 대표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고객이 스스로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것은 별개의 과제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든크루는 사용 안내·예제·기술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AI 어시스턴트 Lucy Devora도 개발하고 있다. 자연어 요구사항으로 화면 수정과 스크립트 작성을 지원하는 도구다. 실행 엔진·공통 기능·AI 개발 도구는 김진상·조성주 이사와 손성경 부장 등이 담당한다.
공공시장과 해외, 다른 산업으로
국내에서는 공공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든크루는 중소벤처기업부 혁신제품 지정을 신청해 서류와 발표 평가를 마치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정되면 공공기관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 무대로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 2026이 있었다. 이든크루는 이 행사에서 Lucy Platform과 금융권 적용 사례를 시연했다. 10월 29~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FlutterKaigi 2026에도 참가한다. 조성주 이사가 기술 세션에서 일본어로 발표하고, 정인재 과장은 골드 스폰서 부스와 세션에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회사는 해외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금융 이외 산업 적용을 위해서는 SI 기업·개발사와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남 대표는 장기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에서 검증한 Lucy Platform을 국내외 여러 산업으로 넓혀, 기업과 개발자가 모바일·데스크톱·웹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앱 실행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고품질의 앱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이든크루의 사명입니다.”
앞으로 새 프로젝트의 성과는 첫 작동 화면 제작 시간, PoC 도입 전환율, 기존 고객 유지와 확장 여부를 주요 지표로 삼아 측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