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준비는 정답 하나를 찾는 일이 아니라 선택지를 만드는 일이라는 칼럼이 나왔다. 우앤파트너스 우준호 대표는 회생 절차 중이던 리조트 회사 인수 입찰에서 승인액 151억 원 대신 현장에서 141억 원짜리 입찰서를 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험을 소개했다.

우 대표는 이랜드에서 15년간 M&A·전략·사업 운영·투자를 맡았고, 국내외 인수·매각 프로젝트 15건, 누적 약 13억 달러 규모를 이끌었다. 드라마 ‘협상의 기술’의 주인공 모티브로도 알려져 있다.
승인액은 151억 원, 입찰장에서는 다른 판단이 필요했다
무대는 부산이었다. 리조트 매입 가격 151억 원은 회사의 최종 보고를 거쳐 승인된 금액이었다. 입찰 마감은 오후 5시였다.
승인 금액이 적힌 입찰서 한 장을 챙겨 부산으로 떠나려던 참에 직속 상사가 입찰서를 하나만 준비했느냐고 물었다. “준호 씨, 입찰서 하나만 준비했어요?” 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151억 원으로 승인받았으니까요.” 상사의 반응은 단호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입찰장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금액만 비워 둔 입찰서를 여러 장 가져갑시다.”
일행은 오후 3시쯤 매각주간사인 회계법인에 도착했다. 현장에서 매각주간사 담당자에게 상황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결과로 말씀드리겠다”였다. 상사는 “5시 전에만 내면 되죠?”라고 확인한 뒤 매각주간사 측에 빈 사무실을 하나 빌려 달라고 했다. 그 회의실 문을 닫고 상사가 “141억, 151억, 161억. 세 장 다 만듭시다.”라고 했다. 그 말에 따라 우 대표는 141억 원짜리 입찰서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다.

마감 5분 전, 미소 하나가 가격을 바꿨다
마감이 5분쯤 남았다는 말을 전하러 주간사 상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책상 위 입찰서를 가리지 못했고, 우 대표가 쓰던 ‘141’에 시선을 둔 상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 대표 일행은 그 미소를 ‘그 정도 금액이면 승산이 있다’는 무언의 신호로 읽었다. 상사는 “141억으로 갑시다. 책임은 내가 집니다.”라며 141억 원짜리를 제출하기로 했다.
세 장의 선택지를 들고 가 끝까지 서류를 내지 않은 채 기다렸기 때문에, 마감 5분 전에 들어온 정보 앞에서 과감하게 가격을 고를 수 있었다. 결과는 141억 원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었고, 151억 원을 냈을 때와 비교하면 10억 원을 아낀 셈이다.
제출 뒤에도 일행은 현장 근처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떨어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수습하고 재협상을 끌어내려는 배수진이었다.
정답이 아니라 선택지를 준비한다
우 대표는 인수를 준비하는 대표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고 소개했다. “입찰은 결국 가격 싸움 아닌가요? 얼마를 쓸지만 잘 정하면 되는 거죠?”라는 것이다. 그는 이 경험에서 협상 준비란 마감 직전까지 움직이는 정보에 대응해 가격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141억 원 판단이 옳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스스로 짚었다. 미소 하나가 완벽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계약 협상에도 같은 조언을 내놓았다.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시나리오와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신호별로 낮은 안과 높은 안을 미리 정하고, 판단할 책임자를 합의해 두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