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렙이 지난 3월 출시한 ‘프로그래머스 AI 역량평가’를 출시 6개월 만에 우리카드와 국민대학교 등 16개 기업·기관이 도입했다. AI 역량을 측정할 기준이 부족하다는 수요에 대응한 서비스다. 그렙은 올해 말까지 누적 응시자가 4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그렙은 AI 기반 온라인 테스팅 기업으로, 대표는 임성수다. 평가는 실제 업무 상황을 가정한 과제로 AI 활용 능력을 측정한다. 최종 결과물뿐 아니라 프롬프트 기록과 검증 과정까지 분석한다.
기업 AI 도입은 늘었지만 측정 기준은 부족
그렙이 지난 6월 발표한 ‘2026 대한민국 기업 AI 역량 진단 리포트’에서 중견·대기업 인사담당자와 경영진 200명 가운데 66.5%가 AI 역량 측정 기준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의 AI 도입이 확대되는 반면 구성원의 실제 활용 역량을 평가할 기준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렙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해 채용부터 입사 후 교육, 역량 진단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성수 대표는 “같은 AI를 써도 성과가 갈리는 건 AI에 무엇을 맡길지 정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입 기관 구성과 활용 목적
도입 기관 가운데 대기업·중견기업이 약 70%, 대학이 25%를 차지한다. 활용 목적별로는 채용 전형이 50%로 가장 많다. AI 경진대회·체험 행사가 약 30%, 임직원 역량 진단이 약 20%다.
우리카드는 지난 8월 입사 2년 차 직원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한 뒤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는 사내 AI 역량 기준 점수를 마련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우리카드 기업문화혁신팀 관계자는 “AI 역량평가를 통해 신입직원의 AI 활용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개인별 성장 방향과 수준별 맞춤형 AI 인재 육성 체계 수립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채용 현장 적용 사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상반기 신입 채용에 AI 역량평가를 도입했다.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서는 기존 PT 면접을 AI 역량평가로 대체할 예정이다. 개발 직군은 코딩테스트를 유지하면서 AI 역량평가를 추가한다. 지원자가 발표하는 능력뿐 아니라 AI로 업무 과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채용에서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은 올해 상반기 신입·경력 채용에 적용했다. 서류 검토 후 1차 면접 전에 약 500명의 지원자를 평가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는 올해 하반기 약 1000명 규모의 개발자 채용에 도입했으며, 전 임직원 AI 역량 진단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AI 1차 채점, 사람이 최종 판단
평가는 업무 판단, 상호작용, 결과 검증, 보안·윤리 준수 네 가지 기준으로 이뤄진다. AI가 1차 채점하고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며, 그렙은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채점하는 경우보다 채점·검토 부담을 약 9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2만 명이 동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원격 시험 감독 솔루션 ‘모니토’를 연계해 운영하며, 이는 대리 응시와 대필 같은 부정행위에 대응한다. 다만 AI 채점과 원격 감독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공정성과 정확성 확보에는 사람의 최종 검토와 운영 기준 관리가 중요하다.

임성수 대표는 “도입을 논의 중인 곳까지 합하면 50여 개 기업·기관이 AI 역량평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렙은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서비스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임 대표는 “그렙이 코딩테스트로 개발자 채용의 기준을 세웠듯 이제는 채용부터 입사 후 교육과 역량 진단까지 이어지는 AI 활용 역량의 기준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