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16세 미만 SNS 계정 보유 금지가 시행된 뒤 10~15세의 계정 보유율은 52.4%에서 42.1%로 10.3%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연령 제한 플랫폼 이용률은 85.9%에서 81.5%로 내려가 4.4%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이슈페이퍼 ‘막을수록 멀어진다. 청소년 SNS 금지의 역설’은 이런 호주 사례와 프랑스·영국의 움직임, 한국 셧다운제 경험을 함께 분석했다.
보고서는 청소년 위험의 원인이 나이에 있는지, 연령 기준 차단이 실제 위험을 줄이는지를 묻는다. 분석에는 호주 온라인안전국 조사 결과, 프랑스 헌법위원회 결정, 영국 VPN 가입 증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조사가 쓰였다.

호주: 계정은 줄고 이용은 남았다
호주 온라인안전국(eSafety Commissioner)은 10~15세 아동 803명을 조사했다. 규제 시행 전후 계정 보유율은 52.4%에서 42.1%로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시행 전과 3개월 뒤를 비교한 연령 제한 플랫폼 이용률은 85.9%에서 81.5%로, 계정 보유율 하락폭보다 작게 줄었다.
매일 SNS를 이용하는 비율은 60.6%에서 57.7%로 바뀌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계정을 잃은 뒤 실제로 이용을 중단한 비율은 조사 대상 전체의 3%였다.
규제 대상이 아닌 메신저의 매일 이용 비율은 40.5%에서 52.3%로 11.8%포인트 늘었다. 자녀의 SNS 이용 여부를 모른다고 답한 부모도 23.3%에서 33.3%로 10%포인트 증가했다.

프랑스·영국: 위헌 결정과 우회 접속
프랑스에서는 헌법위원회가 2026년 8월 15세 미만 SNS 금지법의 핵심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영국에서는 온라인안전법에 따라 2025년 7월 강화된 연령 확인 의무가 시행된 직후 주요 VPN 서비스의 영국 가입자가 평소 대비 1400% 이상 급증했다. 영국 정부는 이후 16세 미만 SNS 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우회 문제는 여전히 규제의 숙제로 남아 있다.
보고서는 연령 기준으로 입구를 막는 규제가 우회와 이용 이동을 낳아, 실제 이용보다 접속 방법을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문제는 청소년만의 것이 아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조사에서 ‘알고리즘 때문에 같은 유형의 숏폼을 반복 시청한다’고 답한 비율은 청소년 61.1%, 20대 67.6%였다. ‘숏폼 시청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청소년 47.2%, 20대 51.2%로, 두 지표 모두 20대가 더 높았다. 알고리즘과 과몰입 문제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다.

청소년의 주된 여가활동 1위는 스마트폰 이용으로 52.8%였고, 스마트폰 이용을 희망하는 여가활동으로 꼽은 청소년은 26.0%였다. 청소년이 SNS를 쓰는 이유로는 또래와의 소통이 67.3%, 친구들의 최신 소식 확인이 43.9%였다.
학부모가 자녀의 온라인 활동에서 인식하는 위험은 선정적 콘텐츠 77.0%, 폭력적 콘텐츠 76.8%, 성적인 접근 72.7%, 모욕적 메시지 71.1% 순이었다.
셧다운제 경험과 보고서의 제안
한국은 2011년 16세 미만의 자정~오전 6시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행했다가 2022년 1월 폐지했다. 시행 직후 하루 인터넷 이용시간이 약 3.6분 줄었으나 2014년부터 효과가 사라졌다.
보고서는 셧다운제와 호주의 SNS 금지가 특정 연령 전체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부모 명의 이용, 계정 없는 접속 등 우회가 나타났고 다른 서비스나 매체로 이용이 옮겨 갔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짚었다.

보고서는 정책의 중심을 ‘접근 차단’에서 ‘서비스 설계’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국내에서는 연령 기준 SNS 가입 제한과 알고리즘 추천 제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