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지시한 일과 팀원이 이해한 일이 엇갈리는 것은 누군가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경민 리버스마운틴 대표는 리더십 연재 칼럼에서 이 어긋남의 원인을 설명하고, 면담 마지막 5분에 확인할 세 가지를 제시했다. 리버스마운틴은 사내 1대1 대화 AI 솔루션 ‘오블릿’을 운영하는 회사다.
이번 글은 연재 5편이다. 1편부터 4편까지는 리더가 팀원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할지를 다뤘고, 이번에는 같은 말이 다르게 기억되는 이유와 이를 확인하는 방법을 다룬다.
같은 대화, 다른 기억
김 대표가 만난 한 리더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회의에서 저는 분명히 A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팀원은 B를 해옵니다. 언제 그렇게 말했냐고 하면 팀원도 제가 그렇게 말했다며 억울해합니다. 매번 기억이 엇갈리니 이제 대화 자체를 하기가 싫어집니다.”
김 대표는 같은 대화도 리더와 팀원이 다르게 기억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이 원래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억은 들은 내용을 그대로 재생하지 않고, 각자의 경험으로 빈틈을 메워 다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심리학자 프레더릭 바틀렛이 낯선 문화권의 설화를 다시 말하게 한 실험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어긋남은 거짓말의 문제가 아니라 재구성의 문제다. 리더도 팀원도 자신이 기억하는 내용을 진심으로 사실이라고 여길 수 있다.
녹취록이 답하지 못하는 것
회의를 녹음하거나 AI 회의록을 남기면 해결될 것 같지만, 김 대표는 한계가 있다고 짚는다. 녹취록은 리더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증명하지만, 팀원이 그 말을 무엇으로 들었는지는 증명하지 못한다.
팀원이 어떻게 들었는지, 왜 그렇게 들었는지를 아무도 묻지 않으면 다음 지시에서 같은 일이 반복된다.
사례: 2주 전 면담
앞서 말한 그 리더의 사례다. 그는 2주 전 면담에서 팀원에게 신규 고객군을 찾아보라고 말한 사례가 나온다. 며칠 뒤 팀원이 가져온 것은 기존 고객의 이탈 원인을 정리한 보고서였다. 리더가 왜 다른 일을 했느냐고 묻자 팀원은 “이탈한 고객부터 보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런 간격을 보고서가 나온 뒤가 아니라 면담 자리에서 발견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면담 마지막 5분이다.
마지막 5분에 확인할 세 가지
김 대표는 “이해했습니까”라고 묻는 대신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권한다. 첫째는 돌아가서 무엇부터 할 것인지 묻는 것이다. 팀원이 “최근 6개월 동안 이탈한 고객의 데이터부터 뽑아보겠습니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렇게 물으면 리더는 며칠 뒤 보고서를 받기 전에, 자신이 시킨 일과 다르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알게 된다.
둘째는 팀원이 하겠다고 말한 일에서 리더가 미처 전달하지 못한 세부 조건, 곧 봐야 할 고객이 누구인지, 어느 수준까지 조사할지, 언제까지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셋째는 이번에 하지 않기로 한 일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5분이다.
확인한 내용은 팀원이 직접 적게 해야 한다. 리더가 정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 자기 말로 적어야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드러난다.
기록이 쌓이면 패턴이 보인다
팀원이 적은 내용을 모아 보면 팀원마다 어긋나는 대목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어긋남이 다섯 번 반복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 팀원의 일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기록은 팀원만 비추지 않는다. 모아 보면 리더 자신의 말버릇도 함께 드러난다.
다음 편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리더가 바뀌지 않는 이유와, 훈계 대신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