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얼마나 깎느냐가 협상의 실력일까. 우준호 우앤파트너스 대표는 칼럼에서 흥정과 협상을 구분하고, 지난해 M&A 막바지 단계의 협상장에서 상대의 속마음을 파악해 합의에 이른 과정을 소개했다. 우 대표는 이 글에서 질문과 라포 형성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꼽았다.
우 대표는 2025년 봄 방영된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 속 M&A 전문가 윤주노의 실제 모티브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주노는 흰머리 M&A 전문가 캐릭터이고, 배우 이제훈이 역을 맡았다. 우 대표는 이랜드에서 15년간 M&A·전략·사업 운영·투자를 경험했으며, 국내외 15건의 인수·매각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누적 규모는 약 13억달러다.

흥정은 깎는 싸움, 협상은 접점을 찾는 과정
우 대표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대표님, 협상 전문가시니 가격도 엄청 잘 깎으시겠네요? 제가 이번에 뭘 하나 협상해야 하는데 원포인트 레슨 좀 해주세요.”
우 대표는 이 질문이 협상을 흥정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흥정은 가격을 깎는 싸움이다. 협상(協商)은 협력해 접점을 찾는 과정이다.
자기소개로 라포를 만들다
협상장에서 우 대표가 먼저 한 일은 자기소개였다. 상대의 경계심을 허물어야 진짜 협상이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상대의 경계심과 방어 기제가 작동하면 합리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는 상대의 경계를 풀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관계 형성, 곧 라포(Rapport)를 먼저 만들었다. 그런 다음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이 상황과 회사의 상태에 대해 잘 몰라 조심스럽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설득보다 질문이 먼저
우 대표는 설득보다 질문이 먼저라고 말한다. 질문으로 상대의 진짜 필요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그는 매도자에게 실적 악화의 이유를 직접 물었다.
“지난 몇 년간 실적이 좋았는데, 작년에 갑자기 꺾인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건 향후 폭발적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요? 솔직히 현재 수치만 보면 인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드리는 질문입니다.”
매도자는 자신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고, 우 대표는 단 30분 만에 매도자의 진짜 속마음, 곧 Need를 읽어냈다. 우 대표는 질문으로 상대의 진짜 의도를 파악했기에 필자 측에 조금 더 유리한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3가지 조건과 최종 결정권
상대의 답변을 경청한 우 대표 측은 제안을 내놓으며 회의를 마무리하려 했다. “이것이 저희가 제안해 드릴 수 있는 최선입니다. 한번 고민해 보시고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안한 조건은 3가지였다. 상대는 이 중 2가지를 즉시 수용했고, 나머지 1가지는 조금 높여달라고 역제안했다.
상대의 요구는 사전 승인 범위 안이었다. 그럼에도 우 대표는 최종 결정권을 회사 대표에게 넘겼다. 거래가 끝난 뒤에도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은 우 대표가 아니라 옆에 앉아 있던 그 회사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거래 이후에도 이어질 관계와 신뢰를 남겼다.
우 대표는 협상을 상대를 무너뜨리는 승자가 되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어 함께 움직이는 파트너가 되는 일로 정의한다. 우앤파트너스는 우 대표가 이끄는 M&A·투자유치 전문 자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