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시장이 개인 중심에서 기관금융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 서울에서 나왔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크립토 부문 a16z 크립토는 2026년 10월 1일 서울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한국 첫 자체 서밋 ‘a16z 크립토 코리아 써밋’을 열고 기관금융의 온체인 전환, 스테이블코인, AI 시대 크립토 인프라를 논의했다.
행사는 정책 키노트와 파이어사이드 챗, ‘기관 금융 레일 경쟁’ 패널, ‘AI와 금융을 위한 크립토 인프라’ 세션 등으로 진행됐다. a16z 크립토는 지난 6월 서울에 아시아 첫 오피스를 열었고, 이번 서밋은 그 뒤 처음 연 자체 행사다.

서울에 거점을 둔 이유
a16z 크립토는 한국의 높은 디지털 기술 수용도와 활발한 크립토 이용자층을 배경으로 꼽았다.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신기술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투자 기업의 이용자를 가까이서 이해하고, 국내 기업과 포트폴리오 기업 사이의 협력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현지 거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행사에는 a16z 크립토의 박성모 아시아태평양 GTM 총괄, 정책 키노트를 맡은 마일스 제닝스 정책 총괄 겸 법무 총괄, 가이 울렛 제너럴 파트너가 참석했다. 폴 카피에로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는 파이어사이드 챗에서 대담자로 나섰다.

기관금융의 온체인 이동과 규제
서밋 전반의 논의는 크립토가 개인 중심 시장에서 기관금융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데 모였다. 기관 참여의 첫 조건으로는 규제 명확성이 강조됐다. 규칙이 구체화될수록 금융기관과 기업도 시장에 참여하기 쉬워진다는 논리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두고는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거론됐다. 미국은 은행만을 발행 주체로 한정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은행을 중심으로 발행 주체를 논의한다.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진행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발행 자체보다 사용처가 중요해진다는 논지도 나왔다.
매기 수 a16z 크립토 GTM 총괄이 진행한 ‘기관 금융 레일 경쟁’ 패널에는 모르포 공동창업자 겸 CEO 폴 프람봇, 디지털에셋 공동창업자 겸 CEO 유발 루즈, OP Labs CEO 징 왕이 참여했다. 패널 제목은 ‘다음 1조 달러는 누가 온체인으로 가져올 것인가?’였다. 기관이 온체인으로 옮겨가려면 공개성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디지털에셋이 개발한 캔톤 네트워크는 거래 당사자만 정보를 확인하는 구조로 거론됐다.

스테이블코인의 확장과 한국 시장
스테이블코인은 결제를 넘어 예치·대출·거래 등 금융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달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지역 통화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 시장은 개인과 기관 사이의 간극이 큰 시장으로 평가됐다. 개인 이용자층은 두텁고 이해도가 높은 반면 기관의 움직임은 규제와 기존 금융 시스템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디다. 제도가 정리되면 시장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현재 금융기관과 대기업은 활용 가능성을 따져 보는 단계다.
AI 에이전트와 크립토 인프라
행사 후반부에는 AI 에이전트가 구매·계약·결제를 대신하고 에이전트 간 소액 거래를 하는 환경에서 블록체인을 쓸 수 있다는 논의가 화두로 올랐다. 다만 이를 거대 시장으로 단정하지는 않았고, 에이전트 활용 확산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AI와 금융을 위한 크립토 인프라’ 세션에는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라이터의 블라디미르 노바코브스키 창업자 겸 CEO가 참여했다. 한국 제조 현장에서 로봇이 만드는 데이터를 학습 자산으로 만드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도 논의됐다.
서밋에는 모르포, 라이터 등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경영진이 참석했고, 한국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