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시니어 돌봄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식사·목욕·이동 지원 같은 생활보조 중심에서 벗어나, 어르신이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돌봄의 개념이 확장되는 흐름이다. 통계청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인구 중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5.5%로, 전체 인구의 만족 비율 40.1%보다 낮았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만족도는 낮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학교형 데이케어와 사회참여 프로그램의 확산
시니어 토탈 케어 기업 케어닥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케어닥 어르신돌봄학교’ 직영 1호점을 열었다. 데이케어센터에 학교 콘셉트를 적용해 시니어의 배움과 사회적 교류를 함께 지원하는 2세대형 브랜드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노년기에는 일상 속에서 능동적인 사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역사회 내 데이케어센터에서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민간 기관도 유사한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넓히고 있다. 서울시는 초로기 치매환자를 위한 사회참여 프로그램 초록기억카페를 2023년 강서구에서 시작해 도봉·양천구를 거쳐 지난 7월 성북구에 4호점을 열었다. 두뇌싱긋연구소는 인지 재활 프로그램 전국두뇌자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은평어르신돌봄통합지원센터는 자조모임 은돌뜨개방을 통해 어르신들의 정서적 교류를 지원한다.
AI가 메우는 재가돌봄의 공백
돌봄 인력이 상주하기 어려운 재가 환경에서는 AI 기술이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안부전화 서비스 클로바케어콜을, 청연은 청연케어 안부콜을 제공하며 홀로 지내는 어르신의 안전을 확인한다. 서울 종로구는 화면형 AI 스피커를 활용한 통합돌봄 사업 종로 365 AI 안심지킴이를 운영하며 100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케어닥은 AI돌봄서비스 사업 행복커넥트의 파트너사로 선정됐고, 마크노바는 AI 케어 디바이스 노바케어를 통해 가정 내 홈케어를 지원하고 있다.
병원 밖으로 나오는 돌봄로봇
돌봄로봇의 적용 범위도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와 가정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국립재활원은 지난 16일 2026 돌봄로봇 네트워크 포럼을 열고 돌봄로봇의 연구와 실증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돌봄이 시설을 넘어 지역사회와 가정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고령자가 익숙한 곳에서 생활을 지속하는 AIP(Aging in Place) 확산과도 맞닿아 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초고령화로 달라지는 사회 변화에 맞춰 돌봄의 역할과 개념 역시 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보호와 지원을 넘어 어르신의 정서 지원과 돌봄 공백 보완에 이르기까지 일상 전반을 뒷받침하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학교형 데이케어부터 AI 안부확인, 돌봄로봇까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등장한 이 시도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어르신을 어디에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상을 이어가게 할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