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액셀러레이션 시장의 평가 기준이 참여기업 수나 멘토링 횟수 같은 활동량 지표에서 해외 매출, PoC(개념검증), 후속투자, 현지 채용, 유통 파트너십 등 실제 성과 지표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과 제품은 이미 국경을 넘어 빠르게 확산되지만, 시장·규제·투자 시스템은 여전히 국가별로 분절돼 있어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이후 현지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에 있다.
2026년 9월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APEC 중소기업 혁신·협력 워크숍에서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겸 씨엔티테크 대표는 이 같은 흐름을 짚으며 ‘액셀러레이션에서 글로벌 스케일업으로: APEC 초국경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전 회장은 “해외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현지 고객을 확보하고, 사업 관행을 이해하며, 현지 기업과 협업하고, 후속투자를 유치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초국경 액셀러레이션은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유치-현지화-스케일업’이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결의 인터페이스, 표준화의 갈래
이날 제안된 ‘APEC 스타트업 브리지(APEC Startup Bridge)’는 회원경제체별 액셀러레이터를 연결해 유치부터 현지화, 스케일업까지를 하나의 연속 과정으로 설계하는 구상이다. 각 경제체 액셀러레이터가 시장검증, 규제 안내, 네트워크 연결을 맡고, 공동 후속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전 회장은 “각 회원경제체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모두 동일하게 표준화할 필요는 없다”며 “각자의 강점은 유지하되 생태계 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만 표준화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도구로 제시된 것이 ‘스타트업 패스포트’다. 기술·시장·투자·검증 정보를 표준화해 국경을 넘는 이동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스타트업이 여러 경제체의 액셀러레이터와 투자자를 오가며 반복적으로 자료를 준비하는 비효율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액셀러레이터, 교육에서 성장 인프라로
전 회장은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자체도 교육·멘토링 중심에서 정책·자본·시장접근성을 연결하는 성장 인프라로 확장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평가 기준 전환과 맞닿아 있다. 참여기업 수나 데모데이 개최 횟수 같은 활동량이 아니라 해외 매출, PoC, 후속투자, 현지 채용, 유통 파트너십 등 실질적 성과가 액셀러레이션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별 확대 방향으로는 AI, 기후기술, 식품, 물류, 헬스케어, 디지털 무역 등이 언급됐다. 초국경 벤처빌딩(벤처스튜디오)을 통해 이들 분야의 공동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전 회장은 “APEC의 지역적 다양성을 연결하면 ‘지역의 강점과 역내 연결성’을 결합한 글로벌 스케일업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3개년 로드맵
실행계획은 3개년 단계로 짜였다. 1차 연도에는 5~7개 회원경제체와 액셀러레이터가 참여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2차 연도에는 공동 PoC와 데모데이, 공동투자로 범위가 넓어진다. 3차 연도에는 산업별 확대가 이뤄지는 구조다. 이 계획은 이번 워크숍이 열린 APEC CHINA 2026, 중국 중소기업발전기금 등과 맞물려 논의된 것으로, 액셀러레이션 시장이 개별 국가 단위 지원에서 초국경 연결 구조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