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다수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델 테크놀로지스가 35개국 비즈니스·IT 의사결정권자 2,9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모던 엔터프라이즈 레디니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가 급변하는 환경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66%는 향후 3~5년 뒤 산업 변화조차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8월 25일 ‘델 테크놀로지스 포럼 2026’을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와 함께 기업이 갖춰야 할 AI 준비도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밴슨 본이 수행했으며, 한국에서는 약 100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가 가리키는 지점은 명확하다. AI를 성장 기회로 받아들이는 기업은 많지만, 이를 실제 성과로 옮길 인프라·규제 대응·조직 체계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상모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사장은 “많은 기업이 AI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보안과 규제, 데이터 거버넌스, 인프라 준비도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격차: 데이터센터가 발목 잡는다
가장 먼저 드러난 흐름은 인프라 노후화다. 국내 응답자의 72%는 현재 데이터센터 환경이 대규모 AI·데이터 분석 워크로드를 지원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평가했고, 84%는 데이터센터 현대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아직 실행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기업이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문제는 규제·보안 이슈와도 맞물린다. 국내 기업의 75%가 AI 데이터 관련 정부 규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65%는 보안·컴플라이언스 문제로 AI 도입을 지연하거나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제3자 접근 가능성이 있는 생성형 AI 도구에 중요 데이터를 맡기기 꺼리는 기업도 60%에 달했다. 인프라와 신뢰라는 두 축이 동시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업무 환경도 AI 활용도를 좌우한다
세 번째 흐름은 사람과 디바이스다. 국내 응답자의 90%는 최신 디바이스가 회의·협업의 질을 높인다고 답했고, 87%는 노후 장비가 AI 애플리케이션 도입의 걸림돌이라고 평가했다. 인프라 현대화 논의가 서버·스토리지 같은 백엔드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업무 환경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델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현대화, 안전·신뢰 기반의 AI 확장, 현대적 업무 환경을 기업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으로 제시했다. 유상모 사장은 “엔드투엔드 포트폴리오와 개방형 생태계를 바탕으로 기업이 장기적인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AI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포럼, 세션으로 이어진 논의
이날 행사에는 맷 던피 델 본사 수석부사장, 주영표 SK하이닉스 부사장, 뇌과학자 장동선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오후에는 AI, 모던 데이터센터, 모던 워크플레이스를 주제로 한 25개 브레이크아웃 세션과 솔루션 엑스포가 진행됐으며, 델 AI 팩토리, 델 AI 데이터 플랫폼, 델 데스크사이드 에이전틱 AI, 델 파워스토어 엘리트 등이 소개됐다. AMD,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를 비롯한 43개 파트너사가 스폰서로 참여했고, 다올TS·코오롱베니트·메가존클라우드·삼성SDS·에스씨지솔루션즈 등과의 협력 사례도 공유됐다.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흐름은 뚜렷하다. AI를 실제 성과로 전환하기 위한 인프라·규제 대응·업무 환경이라는 세 개의 축이 여전히 시장 전체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