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시장의 경쟁 축이 ‘얼마나 많은 GPU를 확보했는가’에서 ‘확보한 GPU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고가의 가속기를 사들여도 자원 배분이 어긋나면 일부 GPU가 유휴 자원으로 남는 만큼, 하드웨어 수량보다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AI 인프라 관리·운영 소프트웨어 기업 래블업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2015년 설립된 래블업은 GPU 분할 가상화 기술과 자체 플랫폼 Backend.AI를 앞세워 이번 상장을 추진하며,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하드웨어 총량에서 운영 효율로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각기 다른 제조사의 GPU와 NPU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는 기술은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래블업은 GPU를 여러 작업 단위로 쪼개 나눠 쓰는 분할 가상화 방식으로, 실제 도입 현장에서 기존 30% 수준이던 GPU 활용률을 85%까지, 약 2.8배 끌어올린 결과를 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도 1차수 약 500장이던 관리 GPU 규모가 2차수 880장, 3차수 이후 1000장 이상으로 확대되며 대규모 인프라 운영 사례를 쌓았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GPU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의 시대에서 확보한 GPU를 얼마나 잘 쓰느냐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은 120개 이상의 사이트에 공급됐으며, 삼성전자·현대모비스·KT·kt cloud·신한은행·LIG D&A·삼성서울병원·한국인터넷진흥원·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등 국내외 기업과 공공기관이 고객으로 이름을 올렸다.
구독형 매출 구조와 실적 성장
구독형 라이선스 기반의 매출 구조는 이 시장에서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래블업의 매출은 2023년 30억원에서 2025년 6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영업손익은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AI 인프라 경쟁이 하드웨어 투자 중심에서 운영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이 같은 실적 흐름은 기술 경쟁력이 매출로 이어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공모 일정과 해외시장 확대 계획
총 공모주식 수는 218만주, 희망 공모가 밴드는 주당 2만원에서 2만3000원 사이로 제시됐으며 공모 예정 금액은 436억원에서 501억원 규모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은 9월 28일 시작해 10월 2일까지 닷새간 진행되고, 일반투자자 청약은 이보다 열흘가량 뒤인 10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이뤄진다.
래블업은 조달 자금을 연구개발과 글로벌 영업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중동 등을 겨냥한 해외시장 공략도 예고했다. 신정규 대표는 “상장을 계기로 연구개발과 글로벌 영업에 집중 투자해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GPU 확보 경쟁이 활용 효율 경쟁으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이번 상장이 국내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