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안 시장에서는 기술력 자체보다 ‘누가 먼저 도입했는가’가 신규 계약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 고객은 새로운 기술을 검토할 때 설명이나 스펙보다 기존 도입 사례와 안정적 운영 실적을 우선 확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시장에서 축적한 고객 레퍼런스가 다음 시장의 진입 근거가 되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에버스핀은 이러한 흐름을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하며 성장해온 대표적 사례다. 국내 금융권에서 약 70개 금융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이 회사는 같은 방식을 일본에서도 재현해 약 70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했다. SBI그룹과의 현지 합작법인 설립이 이 과정의 발판이 됐다. 그 결과 국내와 일본을 합친 금융 고객은 약 140곳에 이르렀고, 이는 다시 인도네시아 진출의 근거로 이어지고 있다.
레퍼런스가 레퍼런스를 부르는 구조
영업과 고객 확대를 총괄하는 김정원 에버스핀 영업본부장은 20년 이상 IT 세일즈 경력을 바탕으로 이 구조를 설명한다. 그는 “보안기업의 가장 강력한 영업 자산은 실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라며 “기술에 만족한 고객이 다른 기업에 신뢰의 근거가 되고, 새롭게 확보한 고객은 다시 다음 시장을 설득하는 레퍼런스가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이 고객을 만들었고, 그 신뢰가 일본에서 다시 고객을 만들었다”며 “인도네시아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과 언어는 달라도 고객이 선택하는 것은 결국 검증된 기술과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시장이 바뀌어도 신규 진입 초기에는 현지 파트너와 소수 고객을 중심으로 레퍼런스를 쌓고, 이를 발판 삼아 계약을 확대하는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IPO 이후의 확장 방향
에버스핀은 IPO 준비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공공·국방·커머스·엔터프라이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해외에서는 또 다른 국가로 진출을 이어갈 계획이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현지 파트너와 고객을 중심으로 초기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이를 다음 확장의 근거로 삼는 전략을 반복 적용하는 방식이다.
결국 금융보안 시장에서 회사의 성장 곡선은 기술 발표 시점이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쓰기 시작한 시점, 그리고 그 경험이 다른 시장으로 전이되는 시점에 맞춰 그려진다. 한 시장에서 만든 고객이 다음 시장의 문을 여는 구조는 앞으로도 이 업계의 성장 방식으로 계속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