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미 럭셔리 뷰티 브랜드 ‘글로우(glow)’를 운영하는 커런티브는 마케팅비를 앞세우기보다 제품력과 브랜드 신뢰를 먼저 쌓는 전략을 택했다. 2022년 설립된 커런티브는 4년째 글로우 브랜드를 운영하며 설립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원가에 먼저 투자하는 역발상
커런티브는 창업 초기 약 1년 6개월 동안 마케팅보다 제품 원가(COGS)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다수 뷰티 스타트업이 초기 인지도 확보를 위해 마케팅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이세린 공동대표는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원료에 사용했다. 좋은 원료로 제품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도 감도 높은 미감을 위해 패키징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접근은 개별 제품보다 브랜드 자체를 중심에 두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세린 공동대표는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커런티브는 내일이라도 화장품이 아니라 피자를 팔 수 있다”고 말했는데, 사명 ‘커런티브’ 역시 ‘현재(Current)’와 ‘선별적(Selective)’을 결합한 단어로 화장품 외 사업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카테고리 확장이 아닌 감각의 확장
한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대신 여러 카테고리로 제품을 분산 출시해 브랜드 신뢰를 축적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이세린 공동대표는 “글로우의 제품은 스킨케어부터 색조, 헤어 등으로 확장되지만 각각의 제품이 ‘촉촉함’, ‘윤광’ 등 하나의 일관된 감각적 메시지를 공유하도록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제품군은 늘어나지만 브랜드가 전달하는 감각적 메시지는 하나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유통망 확대 대신 브랜드 경험 설계
커런티브는 에이피알과 유사하게 D2C 모델을 지향하지만, 개별 제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차이를 둔다. 에이피알 출신인 이현지 공동대표는 “초기 단계에 대형 채널에 입점하면 회사가 원하는 제품군을 모두 구성하기 어렵고, 가격 경쟁과 프로모션, 마케팅 등 유통사가 요구하는 운영 방식을 따라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커런티브는 대형 유통망 확대보다 팝업스토어나 면세점 등에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유통사 의존보다 브랜드 자체 수요를 확보해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한다. 이현지 공동대표는 “해외 유통 채널에 낮은 공급가로 입점한 뒤 높은 할인율을 상시 적용하면 단기적으로는 판매량을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격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커런티브의 선택은 단기 유행 제품 판매보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브랜드 신뢰를 쌓아 세미 럭셔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커런티브는 마케팅 대신 원가와 브랜드 경험에 투자하며 세미 럭셔리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