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돌봄 산업에서 노년기 상태를 더 촘촘하게 나누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시니어 돌봄 서비스는 장기요양등급, 임상노쇠척도(CFS), 일상생활 수행능력(ADL·IADL), 인지·기능 저하 평가 도구(FAST) 등 목적별로 흩어진 척도를 각각 사용해왔다. 이 때문에 돌봄 대상자의 상태 변화를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다.
분산된 척도를 하나로 잇는 시도
케어닥은 이 문제를 겨냥해 ‘노인 기능 단계 표준 분류’ 모델을 공개했다. 기존 평가 도구를 서로 연계하고 자사가 축적한 돌봄 현장 데이터를 반영해, 노년기를 총 16단계로 구분했다. 특히 기존 장기요양 1·2등급으로 뭉뚱그려지던 중증 이상 구간을 8단계로 잘게 나눈 점이 눈에 띈다. 노쇠가 진행될수록 개인차가 커지는데도 기존 등급 체계로는 이를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생애 국면별로 짜인 16단계

16단계는 크게 네 가지 국면으로 나뉜다. 스스로 활동이 가능한 시기를 가리키는 자립 및 활력기, 이동에 도움이 필요해지는 보조 및 이동기, 휠체어 의존과 와상 상태를 오가는 휠체어 및 와상 전환기, 그리고 집중적인 의료 개입이 필요한 집중 의료 및 임종기가 그것이다. 각 단계에는 기존 장기요양등급과 CFS, ADL·IADL, FAST 상의 대응 지점이 함께 표시돼, 여러 척도를 따로 참고하지 않아도 대상자 상태를 한 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시니어 돌봄 및 주거 서비스 설계의 핵심은 ‘평균적 노인’의 전형화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단계별 기능 차이와 돌봄 필요 수준을 촘촘하게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번 분류 모델이 노인 돌봄 구조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돕고 업계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공통 기준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통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가 관건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와 최희정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은 이번 분류 체계가 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과 함께, 흩어진 척도를 통합하면서도 세분화를 이뤄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케어닥은 이 분류 모델을 2024년 공개한 시니어타운 표준 등급 가이드와 함께 활용해 주거·요양·돌봄 상품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이 분류가 개별 기업의 자체 모델을 넘어 산업 전반의 공통 언어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의료·요양 현장에서의 실제 검증과 외부 기관의 채택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돌봄 산업이 등급 중심 사고에서 단계 중심 사고로 옮겨갈 수 있을지는 이 검증 과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