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직매립 금지 조치를 계기로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의 폐기물 관리 방식이 바뀌고 있다. 약 6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 시장에서 그동안 비용 문제로만 여겨졌던 폐기물 처리가, 처리 비용 상승과 배출자 책임 강화가 맞물리며 법적 리스크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026년 7월 16일 알스퀘어 미디어허브에서는 천일에너지의 폐기물 관리 플랫폼 ‘지구하다’와 알스퀘어디자인이 협업 사례를 통해 이런 변화를 짚었다. 박상원 천일에너지 지구하다 대표는 “예전에는 폐기물을 비용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법적 리스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라며 “누구에게 맡기는지가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됐다”고 말했다.
5톤 미만이 놓인 회색지대
현행 기준상 공사 한 건에서 5톤 이상 발생하면 건설폐기물로, 5톤 미만이면 공사장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인테리어 현장 다수가 이 5톤 미만 구간에 몰려 있으면서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추정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연간 약 27만 톤의 공사장 생활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소규모 현장일수록 배출 이력이나 처리 경로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박 대표는 “몰라도 됐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직매립 금지 이후 처리 비용이 오르고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배출자가 이 회색지대를 방치할 경우 곧바로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낮은 재활용률, 원인은 혼합 배출
같은 자리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혼합 재활용품 중 실제로 재활용품으로 선별되는 비율은 약 33.9%에 그친다. 이는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자재를 섞어서 배출하는 관행 자체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목재, 콘크리트, 금속 등을 자재별로 분리해 배출하면 Bio-SRF, SRF, 순환골재 등으로 자원화할 수 있는데도, 혼합 배출이 관행화되면서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상당수가 그대로 폐기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데이터 기반 추적이다. 어떤 자재가 어디서 나와 어디로 옮겨졌는지를 배출 단계부터 기록하지 않으면, 사후에 분리·자원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택배처럼 추적되는 폐기물
지구하다와 알스퀘어디자인의 협업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대응 방식이다. 수거를 요청하는 시점부터 차량이 배정되고, 이동 경로가 위치 정보로 기록되며, 전자 인계서가 발급되고, 최종 처리 결과까지 확인되는 흐름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묶은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이제 폐기물은 택배처럼 추적되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표현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올해 상반기 알스퀘어디자인이 관리한 현장은 전국 509개 인테리어 현장, 처리된 폐기물량은 약 568톤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탄소 감축 효과는 약 545tCO₂로 나타났으며, 협업이 시작된 이후 약 18개월간 자원화된 인테리어 폐기물량은 1700톤을 넘어섰다.
이런 수치는 개별 기업의 성과이기 이전에,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전반이 폐기물을 비용 항목에서 추적 가능한 데이터 항목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배출부터 처리까지 이력이 남는 구조가 자리잡을수록, 어떤 업체와 계약하느냐 자체가 기업의 ESG 및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